미국 대선후보 두 사람-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의 토론이 끝날 때마다(지금까지 두번 있었다) 영어를 사용하는 트위터 유저들은 “진짜 승자는 초속 17㎞로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보이저호다”라는 관전평을 잇따라 내놓았다. 우주탐사선 보이저 1, 2호는 1977년 8월20일과 9월5일 각각 우주로 발사되었고, 목성에서 천왕성에 이르는 외행성계를 조사한 뒤 천천히 태양계를 벗어나 지구가 우주에 보내는 사절이 되었다. 사절! 두 보이저호에는 금박을 씌운 축음기용 구리 레코드판(골든 레코드)이 하나씩 부착되었는데 그 레코드판에 무엇을 실을지 결정하기 위해 <코스모스>를 쓴 칼 세이건과 그의 동료들이 협의를 시작했다. 칼 세이건의 유려한 글솜씨는 우주 시대를 눈앞에 둔 흥분으로 유난히 반짝이는 느낌이고, 외계인에게 지구를 알려줄 수 있는 이미지와 소리를 고르는 작업을 담은 <지구의 속삭임>은 그 옛날의 두근거림을 고스란히 안고 (1977년에서 보면) 미래인인 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비록 후일 이 골든 레코드는, 21세기의 일반 가정에서 레코드판 재생이 불가능해졌는데 미래인이 무슨 수로 듣겠느냐는 비웃음을 받기도 했지만, 그 존재를 알 수 없는 누군가를 상상하고 소통을 시도하는 방식의 진중함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감탄하게 된다.
[도서] 소통을 시도하는 방식의 진중함
글
이다혜
2016-10-24
<지구의 속삭임> 칼 세이건, 앤 드루얀, 티모시 페리스, 프랭크 도널드 드레이크, 존 롬버그, 린다 살츠먼 세이건 지음 / 사이언스북스 펴냄
- 에서 책구매하기
-
ㆍ소통을 시도하는 방식의 진중함 <지구의 속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