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구경하는 진짜 재미란, 파워블로거가 늘어놓는 인생 자랑(쇼핑, 여행, 가족, 인맥)을 보는 데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그렇고,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의 기시 마사히코가 그렇다. 2016년 기노쿠니야 인문대상을 수상한 이 책은 사회학자인 저자가 그간 만났던 수많은 온·오프라인 인연들에 대해 적은 글모음이다. 여기에 인터넷 중독이라는 그가 남의 블로그 구경을 하는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그 한없는 구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누구에게도 숨겨놓지 않았지만,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것.’ 몇년 전 연인에게 겪은 폭력 경험을 자세하게 쓴 한 30대 후반의 여성,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쓴 글 같은 것. 단편적인 인생의 서사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제목) 같은 책이다.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거대한 일들을 어떻게든 넘기다 보면 시간이 흐르고 있다. 심한 무정자증이라 아이를 갖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심상하게 적고 있지만, 그 소식을 전하던 아내가 흐느껴 울고 있었다는 말이 덧붙는다. ‘난 안전한 사내였잖아, 그럴 줄 알았으면 결혼하기 전에 더 실컷 놀 수 있었는데’ 하는 이야깃거리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하면서 그는 비참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웃는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고 털어놓는다. 슬픔이나 비참함과 싸우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생일을 왜 축하하는가에 대한 생각도 인상적이다. “그날만큼은 우리가 아무것도 해내지 않아도 축복받는 일이 가능하다.” 이 말에 수긍하는 만큼, 쓸쓸한 마음이 들고야 만다.
짧게 짧게 글이 이어진다. 아픔을 견디고 있을 때 인간은 고독하다고, 우리의 뇌 속으로 찾아와 느끼고 있는 아픔을 함께 느껴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고 쓰고는, 다른 누군가와 살을 맞대고 섹스를 하고 있을 때에도 상대의 쾌감을 느낄 수는 없다고 적는다. “우리는 이렇게 우리 안에서 각자가 고독하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각자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이야말로 우리라는 것을 조용하게 나눌 수 있다.”
맺음말에 쓰인 대로 “요령부득인 데다 똑 떨어지는 답도 없는 흐리터분한” 책이다. 한발 내딛는 듯하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고, 심지어 뒤로 물러서는 기분마저 맛보게 된다. 그래도 이렇게 조금씩 움직이고 공간을 살피면서 세상을 감각한다. 여기 사람이 있고, 모두 각자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소설가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사회 전체의 미래를 응시한 언어”라고 이 책을 평했다. 이 책에 대한 그의 평이 옳다면, 미래에는 쓸쓸함과 외로움, 고독이 있을 것이고, 때때로 단편적인 즐거움과 타자와의 인연이 있으리라. 그건 나쁜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