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히 미래의 기술이라 하기엔 드론은 이미 일상이다. 드론을 활용한 다양한 촬영이 보편화된 지금, 드론을 활용한 영상들을 소개하는 자리는 당연해 보인다. 몇년간 폭발적으로 늘어난 움직임에 발맞춰 세계 각지에서 드론을 중심으로 한 프리영화제들이 열리고 있다. 이에 한국에서도 아시아 최초의 드론영화제가 열린다. 게다가 드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래의 영상기술 전반에 관심을 기울여 다채로운 접근을 시도할 예정이다. 제1회 서울이카루스드론영화제는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증강현실, VR, 드론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갈 첨단 산업기술들을 활용한 영화 및 영상을 만날 수 있는 영화제다. 1회임에도 불구하고 총 101개국에서 1479편의 작품이 응모되어 폭발적인 관심을 증명했고, 그중 본선에 오른 24개국 66편의 작품들이 일반, 청소년, 드론, VR 4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관객의 지적 호기심을 채울 예정이다. 영화 상영뿐 아니라 여의도 물빛무대에서 드론 촬영의 시연행사, 오감체험 부스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마련해 영상기술 종합 엑스포로서의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다. 10월21일 오전에는 여의도 물빛무대에서 VR 및 AR 시연이 진행되고 오후에는 드론 시연이 준비되어 있으며 저녁에는 VR로 영화제 개막작이 시연된다. 이후 27일 폐막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VR 및 AR 시연, 드론 시범 및 체험행사가 상설 운영된다. 오는 10월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여의도 물빛무대와 너른광장, CGV여의도에서 진행되는 이번 영화제는 완성된 영상 관람을 넘어 제작 과정까지 직접 확인하는 배움의 시간, 선도적인 체험이 될 것이다.
<나는 스님이다> I AM A MONK
마카베 유키노리 / 일본 / 99분 / 2015년 / 초청작
평범한 서점 직원이었던 코엔지는 어느 날 사찰 주지스님이었던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24살의 젊은 나이에 절의 주지라는 책임을 떠맡는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절을 오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을 접하며 점차 한명의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다. 실제 스님이 신문에 연재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배우 마카베 유키노리의 감독 데뷔작이다.
<드림 랜드> DREAM LAND
스티브 첸 / 캄보디아, 미국 / 90분 / 2015년 / 초청작
급격히 현대화되어가는 캄보디아, 프놈펜 상류층의 생활을 통해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의 충돌을 시적으로 대비시킨 영화. 프놈펜에서 고급 주택을 중개하는 20대 후반의 여성 리다를 통해 화려한 삶 속에서 공허해지는 일상을 그린다. 킬링필드 등 캄보디아에 대한 선입견을 넘어 기존에 접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일면을 통해 현대화와 도시인의 공허를 전한다.
기생-가족애곡사
김문경 / 한국 / 21분 / 2015년 / 일반부문
한남의 가족은 판자촌에서 하루하루 위태로운 삶을 연명한다. 타지에서 보내오는 아빠의 적은 봉급으로 겨우 버티던 그들은 어느 날 집이 무너져 졸지에 거리에 나앉게 된다. 결국 한남의 남편인 재곤의 집에서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 한남의 가족들. 자본이란 이름에 눈치를 보며 얹혀살아가야 하는 가족의 슬픈 사연을 그린 블랙코미디.
<미러> MIRROR
사라 유스타키오 / 포르투갈 / 3분 / 2016년 / 청소년부문
젊은 여자가 거울을 본다. 곤경에 처한 듯한 그녀의 표정은 이내 일그러지고 그녀의 이성과 내면의 또 다른 자아가 거울을 통해 서로를 마주 보기 시작한다. 자아와 욕망의 분열을 강렬한 이미지로 표현한 작품. 대담한 연출과 상상력, 이를 정확하게 표현해내는 색다른 촬영방식이 돋보인다.
<퍼스널 스페이스> PERSONAL SPACE
저먼 포로조브 / 러시아 / 10분 / 2016년 / 드론부문
한 귀환군인이 발코니에서 드론을 조종 중이다. 그의 드론은 동네 구석구석을 촬영하며 이웃들의 생활을 기록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살인사건의 현장을 촬영하며 평온한 일상이 흔들린다. 단지 독특한 화면을 전시하는 것을 넘어 드론 촬영 자체를 이야기의 소재로 녹여내 긴장감 있는 내러티브로 활용했다. 드론의 시점을 활용해 색다른 긴장감을 자아내는 작품.
<원 라이프 엣 더 타임: 바라나시> ONE LIFE AT THE TIME: VARANASI
유리 반 가빈 / 네덜란드 / 6분17초 / 2016년 / VR부문
갠지스 강변에 위치한 인도의 바라나시는 힌두교 최대의 성지다. 바라나시의 다채로운 풍경을 담은 이 영상은 관객이 직접 갠지스 강가에서 인도의 여러 문화 행사에 참여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강가에서 시체를 화장하는 사람들, 골목을 누비는 일상의 모습들을 VR을 활용해 충실히 재현한다.
“드론에만 초점을 맞춘 영화제가 아니다”
최은진 프로그래머 인터뷰
최은진 프로그래머는 동국대에서 영화이론을, 호주 시드니대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한 뒤 현재 다큐멘터리 연출가 겸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이론과 제작 양면으로 경험을 쌓은 그는 이번엔 드론영화제라는 생소한 분야에 새롭게 도전장을 던졌다.
-처음 생기는 드론영화제에 프로그래머로 합류했다.
=예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술팀에서 잠깐 일했던 걸 빼면 영화제는 생소하다. 김지훈 수석 프로그래머가 전체적인 수급을 조율하고 나는 주로 해외 공모작들의 수급을 맡았다. 1회인 데다 시일도 촉박해 응모작이 얼마나 들어올지 감이 없었다. 처음엔 100편만 들어와도 좋겠다는 마음이었는데 1400편이 넘게 들어와서 프로그램팀이 오히려 놀랐다.
-1회인데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비결이 뭘까.
=온라인 접수를 기반으로 하니 기본적으로 접근성이 높다. 하지만 무엇보다 몇년 사이 급격히 대중화된 드론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방식으로 찍어보던 영상들을 이제 공식적인 자리에서 소개하고 공유하는 장이 필요해진 시기다. 최근 1, 2년 사이 프리 페스티벌 형식의 드론영화제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수요와 공급이 맞은 셈이다.
-여타 드론영화제들과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드론으로 촬영한 결과물들은 아직까지는 내러티브를 녹여낸 영화라기보다는 영상미를 자랑하는 수준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수준 이상이라 놀랐다. 이카루스드론영화제라는 제목처럼 우리는 드론에만 초점을 맞춘 영화제가 아니다. 드론을 비롯한 VR 등 영상기술들에 대한 폭넓은 접근을 하려 한다. 일반부문에는 여느 영화제에서 볼 수 있는 안정된 드라마의 영화들도 많다. 기술에 중심을 두되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1회 영화제를 준비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한번도 가보지 못한 영화제를 상상력을 동원해 새롭게 구성해야만 했다. 마치 모험처럼 설레고 그래서 막막하기도 했다. 초창기 멤버에게만 허락되는 힘겨움과 두근거림을 동시에 느꼈다. 일일이 부딪치면서 배우는 것들이 많았다. 규모를 늘리기보다는 내실 있게 가는 게 목적이다.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하면서 저변을 넓힐 수 있는 영화제로 자리잡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