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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로버트 랭던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 <인페르노>의 론 하워드 감독, 배우 톰 행크스, 이르판 칸을 만나다
김현수 2016-10-18

톰 행크스의 로버트 랭던이 돌아왔다. 작가 댄 브라운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인페르노>는 <다빈치 코드>(2006)와 <천사와 악마>(2009)를 함께 작업한 론 하워드 감독과 톰 행크스 그리고 <천사와 악마>의 각본가 데이비드 코엡이 재결합해 만든 영화다. 이전 시리즈 두편이 과거의 종교 문제를 둘러싼 음모를 소재로 내세웠다면, <인페르노>는 현재의 사회문제, 이를테면 인구 과잉과 그로 인해 야기된 살상 바이러스 테러 등을 소재로 내세운다. 어느 날 갑자기 기억을 잃고 쓰러진 로버트 랭던 교수와 그의 생명을 구해준 천재 의사 시에나 브룩스(펠리시티 존스)가 조브리스트(벤 포스터)라는 억만장자가 만들어낸 치명적인 독성 바이러스를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

지난 6월1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디어 행사에 참여한 <인페르노>의 론 하워드 감독과 톰 행크스, 이르판 칸은 바로 전날 영화를 보고 취재진을 맞이했다. 마치 3부작 시리즈처럼 연속해서 톰 행크스와 작업한 론 하워드 감독은 이날 <천사와 악마>의 주요 소재였던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모자를 쓰고 회견장에 등장했다. 그 모자를 “내겐 훈장과도 같은 모자”라고 소개한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이 왜 로버트 랭던 주연작을 또 만들었는지를 공들여 설명했다.

론 하워드 감독이 강조하는 이전 시리즈와의 차별점은 주로 과거의 이야기를 다뤘던 전작들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소재를 채택한 이번 영화가 관객의 공감대를 더욱 이끌 수 있으리라는 점이다. 이는 현재 전 지구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테러 문제까지도 투영할 수 있는 소재다. 거기에 덧붙여 기억을 잃은 로버트 랭던이란 설정도 흥미롭다. 사실상 셜록 홈스와 인디아나 존스의 뒤를 잇는, 온갖 지식을 동원해 기호를 추리하고 답을 풀어내는 하버드대 교수가 기억을 잃는다면 그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톰 행크스의 표현에 따르면, “상대는 늘 걸어다니는데 혼자서만 뛰어다니는” 랭던 교수가 세계 문화유산을 누비고 다니면서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시리즈 고유의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이번 영화에서 기억을 잃은 랭던 교수가 풀어야 할 미로는 단테의 <신곡> ‘지옥편’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보티첼리의 <지옥의 지도>다. 거기에 더해 언제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인물 관계는 랭던의 추리를 방해할 요소로 등장할 것 같다. 분명 같은 회견장에 앉아 있지만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배경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은 이르판 칸이 연기할 해리 심을 비롯해서 오마 샤이와 시드 바벳 크누센이 연기할 캐릭터 모두가 어떤 인물인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

이날 짧게 공개된 영상을 통해서는 <인페르노>의 주요 배경이 될 피렌체와 베니스, 이스탄불 등의 유적지에서 펼쳐질 추격전의 존재 여부조차 예상할 수 없었다. 워낙 제작진이 스포일러가 될 것을 염려해 꽁꽁 숨겨놨기 때문이다. 하필 극중 랭던에게 비밀의 열쇠로 제시되는 이탈리아어 문장, ‘체르카 트로바’가 ‘구하면 찾으리라’는 뜻이라는 것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전작보다 업그레이드된 악조건 속에서 로버트 랭던은 과연 무엇을 찾아낼 수 있을까.

“현실 문제에 관한 답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론 하워드 감독, 배우 톰 행크스, 이르판 칸 인터뷰

-그 똑똑했던 로버트 랭던이 기억상실에 걸린다.

=톰 행크스_ 기억상실이 뻔한 설정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랭던의 기억상실은 다르다. 복잡한 음모와 얽혀 있다. 비밀을 둘러싼 수많은 요소들이 등장하며 다른 목적을 가진 세력이 맞서 싸운다.

-로버트 랭던이란 인물을 계속 연기하는 것에 만족하나? 아니면 원작과 다른 세계를 확장해서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건가.

톰 행크스_ 단지 계약 때문에 랭던을 맡은 것은 아니다. 매번 같은 팀이랑 작업했지만 그때마다 이야기가 괜찮은지, 첫편보다 나은 게 있는지 항상 고민한다. 반복되는 게 전혀 없다. 또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는 영화라 계속하는 거다. 전에 촬영하면서 새벽 3시에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 앞에서 옷을 갈아입은 적도 있고, CERN 건물을 돌아다닌 적도 있다. 로마의 판테온은 출입 허가를 못 받아서 밖에서 촬영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피렌체 팔라초에서 ‘500인의 방’ 장면을 직접 촬영했다.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

-설득력이 강한 악역 조브리스트가 등장한다.

=론 하워드_ <인페르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배역간의 관계나 액션 장면의 토대, 또 현대적인 스릴러로 만들어주는 요소니까. 로버트 랭던의 무기는 천재성을 발휘하는 방법에 있다. 조브리스트 역시 천재지만, 그는 모든 걸 스스로 통제하려는 인물이다. 랭던은 범죄를 막기 위해 사람들의 지식을 모아 해결하려 한다. 이게 바로 이번 영화의 중심적인 분위기다.

-이번 영화도 종교적인 색채가 보이지만 그보다는 지구의 운명이 인간에 의해 결정된다는 설정을 다룬다. 인류의 운명을 좌우하는 어둠의 조직이 있다고 믿나.

톰 행크스_ 인간을 해칠 목적으로 누군가가 음모를 꾸민다는 걸 믿지 않는다. (웃음) 그 어떤 조직도 비밀리에 유지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은 말하기를 좋아하고 또 그런 게 효율적으로 운영될 만큼 열심히 일하지 않을 테니까. (웃음)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타인을 조종하는 조직이 존재할 수 있다면 공산주의도 무너지지 않았겠지. 인류의 움직임은 세상을 이끌어가는 힘이기에 그런 것들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믿어도 된다. (웃음)

-<인페르노>가 이전 시리즈보다 더욱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나.

톰 행크스_ <다빈치 코드>를 통해 900년대의 니케아 공의회에 대해, <천사와 악마>에서는 정통파와 분리된 가톨릭 교회에서 교황 선출을 둘러싸고 벌어진 상황들에 대해 알게 됐다. 모두 과거에서 비롯된 일들이다. 그런데 <인페르노>는 현재와 미래의 문제를 다룬다. 앞으로 인구 과잉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말이다. 제작자, 배우로서 현실적인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론 하워드_ 댄 브라운의 소설은 수많은 단서로 관객을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고, 캐릭터를 받쳐주는 캐스팅과 액션을 통해 재미를 준다. 이번에 이르판과 함께 작업하게 된 것도 정말 좋았다.

=이르판 칸_ 랭던의 환상 속 단테의 지옥으로 드러나는 인구 문제는 우리의 현실이다. 조브리스트의 논리에 반박하기 어려운 지점이 극중에 강하게 드러나 있다. 물론 그에 맞서는 랭던의 행보는 예측 불가다. 나는 아직 답을 얻지 못했는데, 관객은 영화를 보고 답을 얻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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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UPI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