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이 매서운 이 남자, 어쩐지 심상치 않다. 런던에서 태어나 10대 시절 프랑스로 건너간 이 남자는 거리에서 노숙하며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렀다. 바와 호텔 무대를 전전하며 식당 설거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겨우 꾸렸고, 돈을 조금 모아 들어가게 된 20유로짜리 호텔에서는 꼭 맨 밑의 침대를 고집했다고 한다. 행여 누가 자신의 짐을 훔쳐 달아날까봐서였다. 바로 이 남자, 벤자민 클레멘타인에게 영감의 수원지가 되어준 건 그를 프랑스로 이끈 시인들과 뮤지션들이었다. 그는 자신의 삶이 남들과 다르다는 걸 깨닫고는, 자신이 목격하고 겪었던 특별한 경험들을 시적으로 묘사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 결과, 프랑스 언론들이 그에게 주목하면서 레코드 계약을 체결, 데뷔작 <At Least For Now>를 2015년 봄에 공개했다. 음반에 대한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우리 시대의 니나 시몬”이라는 찬사 속에 유럽 각지에서 차트 상위권에 올랐고, 마침내 뮤지션으로서 최고 영광이라 할 머큐리 음악상까지 거머쥐었다. 다른 곡은 다 제쳐두고서라도 이 앨범의 수록곡 <London>만큼은 꼭 들어보기 바란다. 프랑스에서 다시 런던으로 돌아온 뒤 그가 보고 느낀 것들을 시적으로 풀어쓴 노랫말은 물론이요, 장엄하면서도 드라마틱한 연주와 보컬을 통해 ‘거장의 탄생’을 예감하게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까닭이다. 최근 거리의 철학자를 자처한 이가 황당무계한 인터뷰로 공분을 샀던 바 있다. ‘거리’를 자신의 표정으로 내세우려면 최소한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걸, 벤자민 클레멘타인의 삶과 이 곡 <London>으로부터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