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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울주서밋 2016 작품 <미행> 이송희일 감독
이예지 사진 최성열 2016-10-12

한 여자가 등산객 무리를 이탈해 산속 깊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자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그의 뒤를 쫓는다. 울주서밋 2016 작품 <미행>은 산을 배경으로 한 추격물인 것처럼 보이지만, 전개될수록 이면에 담긴 사회적 맥락이 드러나는 중단편영화다. 국가권력 피해자의 유족이 산으로 숨어들어가자 말단 경찰이 그를 쫓는 내용은 최근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일들이 고스란히 떠오르는 이야기다. 나무에 걸린 노란 리본들, 그리고 아들을 가슴에 묻은 이정옥(조민수) 캐릭터는 세월호에 대한 강력한 은유이기도 하다. “영화를 준비할 때, 세월호 소재들의 영화가 많이 나오던 시기였다. 모두 바다로들 가니, 나는 ‘산으로 가는 세월호’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산악영화라는 주제에 현 사회문제를 접목시킨 이송희일 감독의 말이다.

이송희일 감독은 “인간에게 산이란 어떤 공간인지”를 고민했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영화에서는 산이 사적인 치유의 공간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나는 사회적 존재인 인간에게 산이 주는 의미에 더 집중해보고 싶었다.” 그에게 “동학농민운동을 펼친 동학군, 일제에 대항한 항일 의병, 빨치산까지, 한반도에서 목소리를 잃어버린 이들이 숨어들었던 역사”를 지닌 지리산은 영화 속 장소로 적격이었다. “빨치산 활동을 한 고 최순희씨가 묻힌 곳을 배경으로 찍었다. 관광사업 차원에서 설치해둔 마네킹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더라. 사람들이 발로 차서 해진 마네킹의 표정이 지금 목소리를 잃어가는 이들과도 닮아 보이더라.” 현대에 그가 불러낸 목소리를 잃은 이들은 국가권력에 의해 소외되고, 오히려 가해자로 내몰리고 있는 유족들인 셈이다.

<미행>은 세월호를, 정옥 부부가 겪어야 했던 아픔을 명시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대신, 누군가가 죽었다는 사실과 유족이 남아 투쟁하다 산속으로 숨어들었다는 사실만 암시적으로 제시할 뿐이다. 제작자인 시네마달의 김일권 대표는 장편으로 해보자고 제안했지만, 이송희일 감독은 단편으로도 전달이 가능한 이야기라 판단했다. “한국인이라면 이 정도 힌트로도 어떤 맥락의 이야기인지 충분히 알 수 있지 않겠나.” 그는 장편 차기작으로 이성애 멜로드라마를 준비 중이다. “한국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로, 상징적으론 ‘강남역 사건’과 ‘구의역 사건’이 만나는 영화가 될 거다. 이전에 퀴어 멜로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로맨스를 찍을 땐, 그들 자체가 사회에서 지닌 결여가 있기에 사회 드라마로서의 멜로가 성립했다. 그런데 그 사건들을 접하니, 이십대의 이성애자 청춘들은 고민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부끄러워지더라. 그래서 그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사회 드라마로서의 멜로를 구상했다.” 어떤 장르와 소재든, 그의 영화는 언제나 현 사회의 소외와 결여들을 기민하게 반영해내고 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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