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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두개 너비의 얼굴 사진들 아래, 과자가 수북이 쌓여 있다. 평범한 얼굴들이 있고, 평범한 과자들이 있다. 누가 허니통통을 사랑했으며, 누가 칸쵸를 즐겨 먹었을까. 이 물음은 과거형으로 쓸 수밖에 없다. 사진 속 얼굴들은 이제 그것을 입에 넣을 수 없다. 추석을 며칠 앞두고 세월호 유가족 몇분과 팽목항에 다녀왔다. 엄마들은 먼저 분향소에 들러 아이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인사를 건네고, 사진 앞에 선물을 올려두기도 했다.
등대로 가는 길목에 낡은 축구화 한 켤레가 여전히 놓여 있었다. 영인이는 축구를 좋아했다. 축구화를 갖고 싶었지만 갖지 못한 채 세월호에 올랐다. 엄마의 한이 되었다. 신겨줄 수 없는 축구화를 사들고 팽목항에서 아들을 기다렸다. 주검을 찾았다는 소식에 절망하며 달려갔지만 다행히 아니었다. 그때는 아니라서 좋았는데, 지금은 그때 그 아이가 영인이었기를 부질없이 바란다. 영인이의 몸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했다. 축구화가 낡았다. 영인이가 신고 뛰어서가 아니라 팽목의 바람결이 그것을 땀내 밴 것처럼 보이게 했다.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얼굴은 분향소에 없다. 사진이 있어야 할 자리에 노란 종이가, 그 위에 절규가 적혀 있다. 세월호에 아직 은화가 있어요, 지연이가 아빠와 오빠를 애타게 기다립니다, 영인아 배 올리자 보고 싶어 미치겠다. 분향소에 없는 이들의 얼굴은 팽목항에, 안산에, 광화문 광장에 깃발이 되어 펄럭인다. 정부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강제로 중단시켰다. 온전하게 인양하겠다더니 절단된 인양으로 진실을, 기다리는 이들의 가슴을 절단하려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