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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한 가운데서 느끼는 생존에 대한 갈증 <디시에르토>
김성훈 2016-10-05

<디시에르토>

매일 많은 멕시코인들이 목숨을 걸고 미국 국경을 넘는다. 저마다 국경을 넘는 사연은 다르지만, 가족과 친구를 고향 땅에 두고 연고도 없는 미국에 가려는 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가 아니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는데, 그중 가장 큰 이유는 거대한 미국 농업 산업 때문이다.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지역의 농업은 미국보다 규모가 훨씬 작아 가격 경쟁력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생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자국을 떠나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연이 드러나진 않지만, <디시에르토>에서 미국 국경을 넘는 사람들을 단순한 범법자로 바라보면 안 되는 이유도 그래서다. 모세(가엘 가르시아 베르날)는 미국에 있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미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한다. 국경 지대에 다다른 일행은 누군가가 멀리서 쏜 총에 맞아 하나둘씩 죽는다. 그들에게 총을 쏜 사람은 불법 이민자를 “바퀴벌레”라고 생각하고, 그들을 사냥하는 게 취미인 킬러 샘(제프리 딘 모건)이다. 샘은 모세를 향해 총구를 겨냥하고, 모세는 샘의 추적으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밀입국하는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야 하는 사정을 꾹꾹 눌러 담아낸 영화 <신 놈브레>(감독 캐리 후쿠나가, 2009)나 <후 이즈 다야니 크리스털?>(감독 마크 실버, 2012)과 달리 <디시에르토>는 쫓는 자(샘)와 쫓기는 자(모세)의 추격전을 그린 장르영화에 가깝다(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불법 이민자 문제에 관심이 많아 <후 이즈 다야니 크리스털?>과 <디시에르토>에서 불법 이민자를 연기했고, <신 놈브레>를 기획한 건 흥미로운 대목이다).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과 그를 죽이려는 사람이 쫓고 쫓기는 과정에서 서스펜스가 구축되고, 숨을 곳 하나 없는 광활한 사막은 그들의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하지만 불법 이민자를 한명도 남김없이 죽이려는 샘의 행동 동기나 의도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아쉽다. <디시에르토>는 <칠드런 오브 맨> <그래비티>를 연출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아들이자 <그래비티>의 각본을 맡았던 조나스 쿠아론이 연출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