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에, 평론가들이 입을 모아 칭송하는 최고의 문학작품을 영화로 만든다면? 감독에겐 부담감 백배일 거다. 그런데 화제의 문학작품이 걸작 영화로도 현현하는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행운의 주인공은 2004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미치고 싶을 때>(2004)로 금곰상을 받으며 돌풍을 일으켰던 터키계 독일 감독 파티 아킨, 원작은 볼프강 헤른도르프가 2010년 출간한 <치크>(Tschick)이다(한국에서는 2012년에 <우리들의 발라카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독일에서 <치크>는 200만권이 팔렸고 이제는 고등학교 교재로도 쓰이고 있다. 개봉 전부터 화제였던 <치크>는 9월 중순부터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영화 <치크>는 여름방학 동안 열네살 소년 두명이 좌충우돌하며 모험을 겪는 유쾌한 로드무비다. 마이크와 치크는 같은 반 짝꿍이지만 거의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 마이크는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지만 숫기가 없다. 얼마 전 전학 온 치크는 러시아 극동 지방 출신으로, 양아치 같은 차림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당당함과 무심함을 갖추고 있다. 두명을 이어준 건 마이크가 마음속으로 흠모하고 있던 타티아나다. 방학이 시작되던 날 생일파티를 연 타티아나는 같은 반 아이들 모두를 초대했지만 마이크와 치크만 빼놓는다. 이를 계기로 둘은 무작정 발라카이를 향해 떠난다. 루마니아 어딘가에 있다고 하지만 독일어로 발라카이는 그냥 ‘어딘가’란 은어이기도 하다.
<치크>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사춘기 소년들의 설렘을 유려하게 담아낸 영화다. 2011년에 원작을 읽고 영화화에 뜻을 두고 매진했던 파티 아킨 감독은 촬영 제의가 들어오자 흔쾌히 수락했고, 결국 독일 언론의 찬사를 거둬들였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완벽한 로드무비” , “빠르고 웃기고 영리한 영화”라고 했고, 독일 일간지 <타케스슈피겔>은 관객을 “감동시키는” 영화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