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으로 존재하는 CD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MP3 음원으로 음악 세상의 주인이 바뀌면서 사람들의 음악 생활도 변했다. MP3 플레이어에 음원을 넣고 수많은 음악을 동시에 듣는 경험은 신세계였으나 열성적으로 음악을 찾아 듣지 않는다면 질리기도 쉬워졌다.
하나 다행스러운 역설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추천 덕에 평생 모르고 살았을 밴드를 알게 될 때가 있다는 것이다. 더 페인즈 오브 빙 퓨어 앳 하트라는 긴 이름의 밴드가 그렇다. 2007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결성한 이 젊은 인디 팝 밴드는 속삭이듯 웅얼거리는 목소리와 소음처럼 배경에 깔린 연주가 특징이다. 여전히 마니아를 다수 보유한 슈게이징 장르의 알파이자 오메가,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의 영향을 받은 이들은 보컬과 기타를 맡은 킵 버먼과 현재는 탈퇴한 페기 왕, 알렉스 내디어스를 주축으로 결성했다. 2009년 첫 스튜디오 음반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는 인디 음악 애호가와 비평가들에게 고루 호평받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스튜디오 음반 <Days of Abandon>(2014)에 더 마음이 기운다. 과거 그들의 우상을 열렬하게 모방한 초기 음반과 달리 더 대중적인 (다른 말로 하면 조금 더 달콤한) 멜로디에 전매특허인 아름다운 가사를 더한 세 번째 음반은 실험적인 요소를 자제한 탓인지 첫 음반보다는 실망스러운 평을 받았다. 하지만 보석 같은 곡도 몇개 숨어 있다. <Beautiful You>는 아름다운 전자기타 멜로디에 정직한 드럼 박자가 탁월하게 어울려 몇번이고 돌려 들었다. 음울한 과거의 장르가 뉴욕 뒷골목 젊은이들과 마주한 21세기 슈게이징의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