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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르네 젤위거와 콜린 퍼스를 만나다
안현진(LA 통신원) 2016-09-27

브리짓 존스가 돌아온다. 1편으로부터는 15년, 2편으로부터는 12년 만이다. 뚱뚱하고 고약한 성질의 30대 백수 노처녀 브리짓은 이제 40대가 됐다. 뚱뚱한 체형도 바뀌고 고약한 성질도 버리고 실직상태에서도 벗어났지만 여전히 싱글이고 생일 저녁은 쓸쓸히 혼자 맞는다. 그런데 브리짓이 덜컥 임신을 해버렸다. 뮤직페스티벌에서 만난 백만장자 잭 퀀트(패트릭 뎀시)와 뜨거운 원나이트를 보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 아이의 세례식에서 재회한 마크 다시(콜린 퍼스)와 로맨틱한 밤을 보낸 덕에 누가 아이의 아빠인지 모른다. 언뜻 <맘마미아!>(2008)의 아빠 찾기가 떠오르는 이야기지만, 브리짓 존스만의 매력과 마성의 두 남자 덕분에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고 따뜻하게 흘러간다.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9월28일 개봉)로 12년 만에 재회한 르네 젤위거와 콜린 퍼스를 지난 7월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두 사람과 일대일로 나눈 이야기의 일부를 지면으로 정리해 전한다.

성숙한 브리짓이 마음에 든다

르네 젤위거 인터뷰

-<브리짓 존스> 시리즈의 새 영화가 12년이 지난 지금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흥분됐다. 다시금 브리짓 캐릭터와 만난다는 사실에 설레기도 했다. 오래된 친구와의 재회 같았다. 행복한 경험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시간 동안의 브리짓의 진화한 모습을, 그리고 더욱 중요하게는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면을 그려내는 것은 도전이었다. 이를 두고 샤론 맥과이어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타협했다. 영화 속 브리짓의 모든 변화에 대해 내가 동의하거나 확신했던 것은 아니었다.

-성숙한 브리짓의 모습이 맘에 드나.

=맘에 든다. 그리고 그 성숙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브리짓의 성장을 지켜봐왔다. 브리짓의 성장은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영화에서 브리짓은 사회적 패러다임과 그녀에게 지워지는 압박과 기대를 깨기로 결심한다. 꽤나 관습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말이다.

-브리짓과 마크의 과거 회상 장면은 정말 아름답다.

=나도 그 장면을 정말 좋아한다. 특별한 장면이다. 그 장면 안에는 우리가 오랫동안 지켜봐온 캐릭터들이 있고, 그 장면들을 통해 우리는 브리짓을 알게 됐고, 브리짓과 함께 성장했다. 나는 원작자 헬렌 필딩이 브리짓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다는 점이 정말 기쁘다. 그를 통해 여러 나이대의 여성이 계속해서 관계를 맺고 사랑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정말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아버지일 수 있는 두 남자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어느 캐릭터가 더 마음에 드나.

=모르겠다. 둘은 너무 다르다. 하지만 나는 그 둘로 인해 만들어지는 역동적인 관계가 마음에 들었다. 영화에서 코미디를 담당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누가 더 마음에 드는지는 모르겠다. 둘 다 각자의 방법으로 열정적이다.

-12년이나 지났지만 브리짓은 조금도 바뀐 게 없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그러한 불완전함 때문에 사람들이 브리짓에 공감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성이자 진정성이다. 브리짓이 이기적이기 때문에 영화 속 상황에 놓인다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영화 속 상황이 그녀의 이기적인 모습을 꺼내지 않았을까? 나는 브리짓이 그럼에도 사랑스럽고 타인을 아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싱글인 것도 스스로의 선택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아직 정착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 자체로도 브리짓에 대해 많은 것을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모든 것이 관객과 함께 성장했다

콜린 퍼스 인터뷰

-다시 마크 다시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

=이 영화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계속 있었다. 다만 내가 그 계획에 직접적으로 가담하지 않았을 뿐이다. 몇년 전에는 완전히 다른 영화로 만들어질 뻔하기도 했다. 그때 헬렌 필딩과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결국 성사되지 않았고 한동안 잊고 지냈다. 그리고 헬렌이 새 책을 썼는데 그 책에서 나의 캐릭터가 죽었다. 그때 정말 끝났구나 생각했다. 그 뒤에 이 영화의 스크립트를 받았다. 아주 좋았다. 영화는 브리짓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남성들이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고, 이전 영화들을 다시 보면서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마크 다시 캐릭터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내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있는 것 같다.

-영화를 다시 봤다고 말했는데, 속편에 출연하면 전편들을 다시금 꺼내보나.

=꼭 그렇지는 않다. 나는 속편에 많이 출연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첫편으로부터 15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기억이 잘 안 났다. 사람들이 좋아했던 영화이고, 좋은 영화였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었지만 자세히 기억하지 못해서 다시 보았다. 이 영화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 만들어지는 영화의 경우 많은 것이 바뀐다. 속편이라기보다는 독립적인 다른 영화 같다. 특히 10년 이상 흐른 경우에 더더욱 그렇다. 영화 속 모든 것이 관객과 함께 성장했기 때문이다.

-마크는 감정을 표출하는 타입은 아니다. 특히 브리짓이 임신했다고 소식을 전할 때의 반응이 재밌다.

=그 장면이 참 재밌었다. 다른 편집본에서 마크는 더 표현하기도 하고 아주 표현하지 않기도 하지만, 나는 영화에서 최종적으로 보여지는 반응이 마음에 든다. 이 영화는 일종의 코미디다.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마크가 감정을 억제하기 때문이고, 그 때문에 브리짓과의 관계가 쉽지 않다. 이런 남자가 어떤 열정을 표출할 때 잘못되면 치졸한 싸움으로 나타나는 거다.

-오랜 시간을 지낸 뒤 브리짓과 마크는 다시 만난다. 운명의 상대가 있다고 생각하나.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확신할 수 없지만 내가 읽었던 책에 이런 장면이 있다. 앤 타일러의 <A Patchwork Planet>일 것이다. 젊은 남자가 이제 막 죽은 부부의 사진을 본다. 그 부부의 모든 삶의 순간들이 담겨져 있다. 젊은 모습도 있고 늙은 모습도 있다. 그걸 보면서 젊은 남자는 생각한다. 이 둘은 서로에게 운명의 상대였을까, 사진에선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운명의 상대였다. 우리는 늘 의심하지 않나. 이 사람이 내게 맞는 사람일까? 하지만 결국엔 그런 것이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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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UPI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