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한달 전기요금은 500엔입니다.” 부부와 아이 둘이 사는 도쿄 교외의 집,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다. <궁극의 미니멀라이프>를 쓴 아즈마 가나코가 많이 듣는 말은 그래서 당연하게도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세탁기 없이 대야로, 청소기 없이 빗자루로, 냉장고 없이 저장식품으로 전기 없는 생활을 꾸려간다고 한다. 돈 대신 노동력을 쓰기로 결심한 생활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노동력을 제공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저 모든 가전제품이 있다 해도, 가전제품 혼자 일을 하지는 않으니 그 경우에도 노동력은 필요하다. 빨래를 색깔이나 옷감 등으로 구분해 몇번이고 세탁기를 돌리고 털어 말린 뒤 개는 과정을 떠올려보라.
<궁극의 미니멀라이프>는 그런 이유로, 미니멀리즘에 대한 책이자 가사노동에 대한 책이 된다. 이런 식이다. 아즈마 가나코의 집에는 전구 3개가 전부다. 거실과 부엌, 목욕탕에 한개씩 있다. 부엌의 조명은 거의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어두워지면 요리를 하지 않는다. 당연히 해가 지고 나면 푹 쉬는 습관이 생긴다. 에어컨이 없으니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며 생활하고” 있다. 겨울에는 고다쓰(나무틀에 화로를 넣은 뒤 그 위에 이불이나 담요를 덮는 온열기구)를 쓰거나 화로에 숯을 넣어 온기를 얻는다. 냉난방 다음으로는 식료품 직매장(슈퍼마켓이 아닌)에 가서 제철 재료를 사서 식사를 준비한다. 그래서 손발이 차갑지 않고 감기도 잘 안 걸린다고(물론 그것이 제철음식을 먹어서인지는 생각을 더 해봐야 할 일이다). 식사에 대해서 말할 차례다. 저장식품이 유용하다. 절이고, 발효시키고, 건조시키는데, 이것으로 밑반찬(무말랭이)부터 디저트(곶감)까지 해결된다. 먹고 싶은 재료를 사는 대신 있는 재료로 만든다. 아침밥의 포인트는 ‘만들지 않기’로, 전날 저녁에 먹다 남은 반찬을 데워 남편과 아이의 도시락을 싼다. 저녁은 ‘힘 빼고 대충 요리’하는데, “기본적으로 밥과 건더기가 많은 된장국, 절임류가 메인이죠”. 텃밭을 가꿔 기본 야채는 자급자족하고 오골계를 키워 계란을 얻는다. 아즈마 가나코는 외곽이라고는 해도 도쿄도에 살고 있다. 이 살림이 어린아이 둘을 포함한 4인 가족의 그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쉴 틈이 없으리라. 살고 있는 집은 60년 된 전통 가옥을 구입해 수리했는데, 5년이나 비어 있었기 때문에 처음 집을 본 남편은 “도깨비 집 같아”라고 했단다.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만들어가는 보람에는 시간과 노동력이라는 비용이 든다. 멋지다고 생각하면서도 따라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