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미국 밴드일 줄 예상했다. 제대로 블루스를 연주하는 게 아닌가. 이게 나란 인간의 한계다. ‘블루스와 영어’라는 힌트만 가지고 미국 밴드일 거라 생각하다니, 이렇게 경주마처럼 비좁은 시야로 앞으로 40대를 어떻게 견뎌낼지 의문이다. 블루스 록 밴드 칼레오의 더욱 놀라운 점은 ‘미국 밴드가 아니’라는 점에 있지 않다. 그들이 ‘아이슬란드 밴드’라는 점에 있다. 아이슬란드 하면 누가 먼저 떠오르나. 음악 팬이라면 곧장 시규어 로스라는 이름을 댈 것이고, 빌보드 차트 좀 본 사람이라면 오브 몬스터스 앤드 멘을 떠올릴 것이다. 이외에도 올라퍼 아르날즈, 아우스게일, 신 팡, 악셀 플로벤트 등 아이슬란드 뮤지션들은 어느새 음악 덕후들이 챙겨야 할 필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여타 아이슬란드 뮤지션/밴드들과 달리 칼레오의 음악에서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아이슬란드의 기운이 1도 안 느껴진다. 6월에 국내 발매된 그들의 앨범 《A/B》에는 그야말로 미국산(産) 블루스가 한가득이다. 첫곡 <No Good>에서는 강렬한 톤의 블루스 록으로 폭발적인 면모를 보여주더니, 빌보드 록 차트 1위까지 오른 <Way Down We Go>에서는 감성 터지는 선율의 슬로 블루스를 들려준다. 심지어 <Broken Bones>는 녹음 상태마저 블루스의 원형이라 할 델타 블루스 시절의 그것을 꼭 닮은 만듦새를 지향하고 있다. 그들은 8번 트랙 <Vor I Vaglaskogi>에 가서야 아이슬란드어로 노래한다. 그런데 이렇게 국가적 정체성을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변함없는 사실이 있다. 바로 이 밴드의 음악이 환상적으로 끝내준다는 점이다. 블루스의 정수를 퍼올린 아이슬란드 밴드라니,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