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가면을 쓰고 머리를 허리까지 길게 늘어뜨린 소년이 뉴욕 거리 한복판을 서성인다. 사람들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된 소년은 놀라운 사실을 고백한다. 자신은 가족과 함께 평생을 아파트 안에서만 지내왔으며 가족을 제외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보는 게 처음이라는 것. 그의 아버지 오스카 앙굴로는 1989년 페루 여행에서 아내 수잔을 만나 결혼한 후, 가족만의 커뮤니티를 꾸리기 위해 세상과의 문을 걸어 잠근다. 그러곤 뉴욕의 작은 아파트 안에서 6남1녀를 기른다. 일곱 남매가 세상을 배운 유일한 도구는 2천여편의 DVD다. 이들은 DVD에 등장하는 소품을 만들고 장면을 따라하면서 대화법과 생활방식을 익혀나간다.
10년 넘게 한 아파트에 갇혀 지내온 일곱 남매의 사연은 단연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감독은 여기에다 ‘젊은 패거리’라는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 형제들 사이에 형성된 문화를 카메라로 생생히 옮기는 데 공을 들인다. 지속적으로 삽입되는 홈비디오 영상과 검은 정장을 입고 <저수지의 개들> 같은 영화 속 장면을 따라하는 형제들의 모습은 <더 울프팩>만의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영화는 앙굴로 형제가 ‘정신이 나가지 않고’ 곧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어머니와 형제들, 그리고 영화를 가리킨다. 나아가 영화는 영화 매체의 쓰임새, 이상적인 사회화 방식, 인간 본연의 두려움 같은 다양한 주제들을 환기한다. 가족의 생활방식에 따르는 궁금증을 낱낱이 해소하긴 힘들지만 형제들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그들의 미래를 응원하는 듯한 영화의 태도는 충분히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