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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무한상사: 위기의 회사원> 촬영현장 두 번째 이야기… 김태호 PD가 말하다
이화정 사진 최성열 2016-09-21

“첫 번째보다는 두 번째가 훨씬 더 재밌을 것이다.” <무한상사: 위기의 회사원>(이하 <무한상사>)을 연출한 장항준 감독, 그리고 장원석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대표의 답변이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 무한상사 내의 알 수 없는 의문의 죽음의 배후에는 어떤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걸까. 42분간의 서막 이후 <무한상사>가 그 두 번째 방송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제작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부족하게 만들었는데 시청자들이 호의를 가지고 봐주시는 걸 느꼈다”는 장원석 대표의 말을 들으며, <무한도전>에 ‘무도팬’이라 불리는 시청자들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꼈다. 지난 추석 합본호(<씨네21> 1071호) 기획 ‘<무한상사> 제작현장을 가다’에 이어 두 번째 기획을 준비했다. 스포일러 때문에 선보이지 못한 현장 이미지와 함께 <무한상사> 제작 뒷이야기, <무한도전>의 수장 김태호 PD가 바라본 이번 <무한상사> 기획과 앞으로 <무한도전>의 계획에 대해 들었다.

“보안에 만전을 기했다.” 장항준 감독이 현장에서 엄수한 부분이다. 배우들에게 전체 대본을 주지 않고, 현장에서 촬영이 끝나면 대본을 모두 다 수거했다. 이면지로도 쓰지 못하게 하고, 매니저들에게도 함구령을 내렸다. 물론 장항준 감독의 말이 무색하게도 <무한상사>의 믿기 어려운 캐스팅은 모두 회자됐다. 구니무라 준, 김혜수, 이제훈, 지드래곤 등의 출연은 이미 방송 전부터 기사화됐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러게, 그걸 어떻게 집요한 누군가가 다 알아내더라.” 스릴러 장르에 있어서 인물 등장 신을 둘러싼 앵글을 미리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인물들의 캐스팅이 미리 밝혀지면서 재미가 반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컸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1부를 향한 시청자들의 호응은 컸다. 시작을 여는 유 부장(유재석)의 추격 신은 액션 설계, 촬영, 사운드 모두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줬으며, 멤버들의 정극 연기를 보는 재미도 신선했다. 무한상사 직원들의 의문의 죽음과 사고를 둘러싸고 이를 파헤치는 정준하 과장(정준하)이 사건의 배후를 파헤쳐가는 긴장감도 밀도 있게 구축됐다. 지난 9월3일 방송된 <무한상사>는 전국 기준 15.7%(닐슨코리아 집계)로 올 들어 방송된 <무한도전>의 가장 높은 시청률이었다. “김태호 PD가 방송 후에 전화해 시청률 잘 나와서 고맙다고 전하더라. 그동안 내가 좋아하는 방송인데 폐를 끼칠까봐 정말 고심했다. 좀더 집요해야 할 부분들이 보여 아쉽기도 했지만 현장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 장항준 감독의 자체 평가다. 그는 또 “아무래도 1편보다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2편이 더 재밌을 테니 이제 한시름 놓은 것 같다. 재석이와도 이번 작업으로 한층 더 친해져서 조만간 술 못 먹는 재석이를 데리고 술자리를 가져야겠다”고 말했다.

90여분의 러닝타임은 이미 장항준 감독이 제시한 것이었다. 방송 1회 분량으로 담길 수 없는 탓에 1부와 2부로 나눌 것을 처음부터 계획하고 갔다. 장항준 감독의 고민이 컸던 부분이다. 구니무라 준의 등장과 함께 다음회를 예고한 지금의 선택에 앞서 또 하나의 후보는 정형돈 등장 신을 1부에서 예고하자는 것이었다. ‘정형돈 없이는 완전한 무한상사라고 할 수 없다’는 강경 무도팬들의 바람이 실현이라도 된 듯, 정형돈의 출현은 무도팬들에게는 그 어떤 카메오보다도 강력한 기쁨이자 충격, 놀라움을 선사할 요소였다. 편집실에서 사전 정보가 없었던 스탭들조차 정형돈의 등장에 가장 크게 반응했다. “영화적인 선택으로 구니무라 준의 등장으로 끝내느냐, 아니면 정형돈으로 끝내 <무한도전>의 의미를 살리느냐 고민했다.” 이 지점에 대해 김태호 PD에게 의견을 구했고, <무한도전>팀은 “고생한 스탭들이 정형돈 등장 이슈로 묻힐 수 있으니 피해가자”는 의견을 보탰다. 정형돈의 출연은 멤버들이나 김태호 PD는 오히려 부탁하기 힘든 캐스팅이었다. 장항준 감독과 김은희 작가가 나섰다. “마지막 작별 인사, 기념 사진이라는 생각으로 와달라, <무한도전>팀에 힘을 실어달라고 청했다.” 정형돈이 흔쾌히 응했고, 촬영날도 즐거웠다는 후문이다.

<무한도전>의 기념비적 도전 <무한상사>는 이렇게 또 많은 사연과 이야기, 그리고 <무한도전>이라는 이름으로 완성된 장편영화라는 기록을 남겼다.

김혜수, 이제훈, 손종학, 김희원

무한상사 옆 부서에 <미생>팀이 있으면 어떨까, 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해 손종학, 김희원, 전석호가 출연하고 <곡성>의 이미지를 활용한 구니무라 준과 김환희가 등장했다, 또 <시그널>에서는 형사 설정으로 다른 일정으로 출연이 어려웠던 조진웅을 제외한 김혜수와 이제훈이 등장했다. <무한도전>에 대한 인지가 없었던 구니무라 준의 캐스팅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나같이 흔쾌히 출연을 결정해주었다. 장원석 대표는 “다들 같더라. 장항준 감독, 김은희 작가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마음은 <무한도전>을 너무 사랑하더라. <무한도전>과 콜라보레이션이 아니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캐스팅이었다.” 물론 톱배우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현장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1/3쯤 캐스팅이 되면서 너무 신나서 막 소리를 질렀는데, 막상 스케줄 조절이 너무 힘들더라”며 고충을 전했다.

오르골의 비밀

정준하의 몸에 잘 맞는 사무실용 의자, 직장인의 피로를 개선해줄 영양제, 메이킹 필름에 등장한 삼계탕, 스마트폰 사다리 게임, 장례식 장면에 등장한 상조회사 등. <무한상사>의 제작에는 상당한 PPL 사용에 대한 논란도 빠질 수 없다. 분명 시청자들의 화살을 맞을 게 뻔했지만 PPL은 보통 미니시리즈 두편 제작비가 들어가는 <무한상사>를 제작하기 위한 <무한도전>팀과 영화팀이 합의하고 간 지점이었다. “제작비 더 달라, 더 달라, 더 달라. 매번 김태호 PD에게 요청했는데, 정말 의견을 잘 받아주시더라. PPL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었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사용했다.” 장원석 대표의 말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아이러니하게도 PPL 없이 PPL 특수를 누린 업체도 있다. 바로 <무한상사>의 사건에 연루된 중요한 소품인 죽음을 부르는 오르골이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손을 거쳐가는 오르골은 원래 제작을 하려다 잘되지 않았고, 그래서 촬영 당일 급하게 각 백화점으로 파견된 스탭들이 구매해온 것 중 하나를 장항준 감독이 골랐다. 방송 후 이 회사의 홈페이지 메인에 ‘MBC <무한상사> 등장 오르골’이 떴더라. 장항준 감독은 “오르골을 판매하는 국내 업체인데, <무한상사>로 인해 작은 기업이 잘됐으면 좋겠다. (웃음)”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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