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스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직접적인 리메이크나 패러디가 아니더라도 홈스와 맞닿아 있는 숱한 영화, 드라마, 뮤지컬, 연극, 소설들이 자취를 감춘다면 세상은 그만큼 시시해질 거다. 셜록 홈스는 허구의 인물 중에 가장 많이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진 캐릭터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BBC> 드라마 <셜록4>의 예고편이 수많은 셜로키언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요즘, 셜로키언이 아니어도 누구든 열광 할 만한 셜록 홈스 소설 장편 전집이 나왔다. 잘 알려진 대로 <주홍색 연구> <네 사람의 서명> <바스커빌 가문의 사냥개> <공포의 계곡> 네권으로 이뤄져 있다. 셜록 홈스 시리즈를 통해 탐정은 좀더 정밀하고 과학적인 직업으로 재탄생했고, 추리소설은 ‘추론을 통한 두뇌게임’이라는 양식을 확립했다. 56편의 단편과 함께 셜록 홈스 시리즈를 구성하는 네편의 장편소설은 추리소설의 원형이라고 할 만한 이야기들로 꾸려져 있다. 추리소설 전문 번역가들의 세련된 번역 외에도 매권 끝에 실려 있는 트리비아, 작품 해석, 아서 코난 코일 연표까지, 탄탄한 구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트리비아’는 소설에 반영된 빅토리아 시대의 생활상과 작품에 관련된 비화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시리즈의 시작을 여는 <주황색 연구>에서 왓슨은 분명 어깨에 총탄을 맞은 것으로 묘사되지만 두 번째 작품 <네 사람의 서명>부터 왓슨이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이유에 대한 부연설명 등이 따라붙는다. 작품 군데군데 공백을 메우는 정보를 비롯해 왓슨의 학위, 왓슨의 수당, 작가 코난 도일과 오스카 와일드에 얽힌 일화 등 각종 잡다한 정보들이 가득하다. ‘작품 해설’은 ‘트리비아’의 연장이다. 추리소설에 일가견이 있는 필자들이 셜록 홈스 이야기를 현대로 옮겨와 독자들의 능동적인 독해를 돕는다. 풍부한 주석을 통해 고전으로 읽히는 네권의 소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다. <주홍색 연구>와 <네 사람의 서명>의 로맨스에, <공포의 계곡>의 호러적인 면모에 주목해보자.
셜록, 넓고 깊게 읽기
이 주홍색 연구를요. 방금의 멋진 표현 어떻습니까. 아무 색깔이 없는 삶의 실타래 속으로 살인을 의미하는 붉은 실이 들어가 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실타래를 풀어서 붉은 실을 뽑아낸 후 한 부분도 빼놓지 않고 낱낱이 드러내는 일입니다.(<주홍색 연구>, 81쪽)
공포의 게곡에 드리운 그림자는 더욱 짙어만 갔다. 봄이 오자 시냇물이 흐르고 꽃들이 피어났다. 꽁꽁 얼어붙었던 자연에는 봄이라는 희망이 찾아왔지만 공포의 멍에에 갇혀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희망도 없었다. 1875년 초여름, 사람들의 머리 위에는 너무나 어둡고 무거운 먹구름이 짙게 깔려 있었다.(<공포의 계곡>, 2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