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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프로듀서란 똑똑한 사람을 가려내 그들이 일할 수 있게 돕는 사람 - <슈츠> 진 클라인
김성훈 사진 박종덕 2016-09-19

미드 <슈츠>를 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지만, <슈츠>는 법정 드라마가 아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법정까지 가지 않는 것”이라는 <슈츠>의 주인공 하비 스펙터(가브리엘 막토)의 말대로, 드라마 속 변호사들은 상대방과 합의하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닌다. 이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한국판 <슈츠>(제작 엔터미디어 콘텐츠)가 내년 1월 사전 제작될 예정이다. 미드 <슈츠>를 제작한 진 클라인 프로듀서가 한국판 제작에 컨설팅으로 참여해 <슈츠>의 안착에 애쓰고 있다. <HBO>에서 <슈츠>를 제작한 뒤 현재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연출한 더그 라이먼 감독, 데이브 바티스 프로듀서와 함께 힙노틱필름을 운영 중이다.

-내년 1월 사전 제작할 한국판 <슈츠> 리메이크 작업에 컨설팅으로 참여 중이라고 들었다.

=우리가 이 드라마를 처음 만들 때 나눴던 비전과 정보를 한국 제작진에 전달하고 있다. 그들이 미드 <슈츠>를 그대로 따라하기보다는 독창적인 <슈츠>를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5년 전 <슈츠>를 처음 구상할 때 이 작품의 어떤 면이 관객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으로 생각했나.

=이 이야기를 처음 만들 때만 해도 성공 포인트가 무엇이 될지 몰랐다. 다만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는 알고 있었다. 드라마 속 변호사의 세계를 현실적이고 생생하게 그려야 하고, 법정 드라마처럼 보이지 말아야 하며, 캐릭터가 사건을 이끌고 가는 이야기를 만들려고 했다. 프로듀서로서 이중 가장 중요했던게 하비 스펙터와 마이크 로스 두 주인공이었다. 보통 법정 드라마 하면 법원에서 판사가 어떤 판결을 내리면서 에피소드가 끝나지 않나. 작가진과 나는 변호사를 소재로 한 기존의 드라마나 캐릭터와 다른 것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얘기한 대로 <슈츠>의 매력은 하비 스펙터와 마이크 로스 두 남자에게 있다. 하비 스펙터는 어떤 과거를 가진 남자다. 마이크 로스는 정식 변호사가 아니다. 두 남자는 자신들의 감춰진 과거, 콤플렉스 등으로 여러 일을 겪는다. 이처럼 캐릭터가 다양한 사건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슈츠>는 매력적이었다.

=이 드라마를 만든 작가는 글을 쓰기 전에 한 투자 은행에서 일했다고 들었다. 그에게 하비 스펙터 같은 멘토가 있었다고 한다. 그 멘토는 작가에게 관심을 많이 보였고, 인생에 대해 이런저런 조언을 해줬다고 한다. 그 작가가 마이크 로스라고 할 순 없다. 작가의 어떤 모습이 마이크 로스의 일부분에 반영된 것은 확실하다. 그 점에서 하비 스펙터와 마이크 로스는 실제 인물을 모델로 재창조된 캐릭터인 셈이다.

-<슈츠>를 보면서 깜짝 놀란 건 세상에는 정말 많은 변호사가 있다는 거였다. 착한 변호사, 나쁜 변호사, 이상한 변호사 등 다양한 변호사가 등장한다. 일반 관객이 변호사의 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나.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소송을 너무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으려고 했다. 관객이 소송의 세부적인 면까지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재미가 없어서다. 반면 각각의 인생 이야기가 관객을 더욱 주목시킬 수 있다. 소송보다 등장인물의 삶에 집중하려고 한 것도 그래서다. 그럼에도 소송이나 사건을 그릴 때 어느 정도의 디테일은 필요했다. 그래야 현실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 있으니까. 소송은 항상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소재로 만들려고 했다. <슈츠>에는 좋은 변호사와 나쁜 변호사 그리고 이상한 변호사가 등장한다고 얘기했는데, 실은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이상한 사람이 존재하는 게 아닌가 싶다.

-당시 <슈츠>가 <HBO>나 <ABC> 같은 메이저 방송 스튜디오가 아닌 넷플릭스라는 신생 플랫폼을 통해 방영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엄밀히 따지면 <슈츠> 시즌1은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USA 네트워크>라는 방송사에서도 방영됐다. 어쨌거나 넷플릭스는 일주일에 한번 방영되는 기존의 방송 패턴과 달리 한번에 모든 에피소드를 몰아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고, 글로벌한 플랫폼이었던 까닭에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최근 영화나 방송 플랫폼이 웹으로 확장되고 있다. 기존의 플랫폼과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크리에이티브와 마케팅 두 가지 면에서 생각하고 싶다. 인터넷 VOD 서비스는 가입자 중심의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우리를 자유롭게 해준다. 정해진 길이가 없고 콘텐츠 내용에제약이 없어 자유롭게 서사를 전개시킬 수 있다. 반대로 마케팅 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 기능이 좋아진 까닭에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주제를 파악해 추천하는 게 가능한 동시에 특정 시청자에 적합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발 들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굉장히 길고 우회적인 방식을 통해 이 일을 하게 됐다. 대학을 졸업한 뒤 입사한 컨설팅 회사에서 몇 년간 일했는데 만족스럽지 않았다. 뭘 하면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영화나 드라마 같은 콘텐츠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우연히 <HBO>의 비즈니스 경영파트에서 일을 하다가 점차적으로 크리에이티브 분야로 넘어오게 됐다.

-대학에서 뭘 전공했나.

=인문학을 공부했다. 무언가를 읽고, 쓰고, 생각하는 법을 많이 배웠다. 대학 시절 공부했던 것들이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했던 것보다 지금 하는 일에 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팬이기도 하다. 뉴욕영화제에서 많은 한국영화가 상영되고 있어 접할 기회가 많았다.

-<HBO>나 <ABC> 같은 전통적인 메이저 스튜디오든 넷플릭스 같은 신흥 강자든 최근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100% 작가를 믿을 때 작품을 선택한다고 들었다. 작가를 100% 믿는다는 게 무슨 뜻인가.

=맞는 얘기다. 누가 콘텐츠를 만들고 어떻게 제작하는가가 정말 중요하다. 영화는 좋은 시나리오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TV드라마는 매주 일정한 완성도를 지닌 시나리오가 나와야 한다. 어떤 작가가 능력 있는 사람인지는 사람들마다 기준이 분분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작가는 비전을 가지고 특정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내놓을 수 있는, 해석해낼 수 있는 작가다.

-그게 누구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똑똑한 사람과 협업을 선호하는 것도 그래서다. 사람들이 프로듀서가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누가 똑똑한 사람인지 가려내서 그들이 똑똑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는 사람이라고.

-현재 제작사 힙노틱필름을 이끌고 있다.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나.

=영화 두편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하나는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아메리칸 메이드>로, 1980년대가 배경이며 콜롬비아 마약 조직과 미국 CIA 조직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또 한편은 아마존과 함께 제작한 <더 월>이다. 모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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