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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시선이 닿지 않은 그곳에도 ‘인간’이 살아가고 ‘삶’이 이어지고 있음을 <왕초와 용가리>

<왕초와 용가리>

<왕초와 용가리>는 도시의 뒤안길에 버려져 잊혀져가는 세계에 초점을 맞춘다. KBS <인간극장-우리는 떡집 5부자>와 EBS <다큐프라임-선생님이 달라졌어요> 등 여러 편의 TV다큐멘터리를 성공적으로 연출한 바 있는 이창준 감독의 카메라는 영등포의 쪽방촌, 2차선 다리 밑에 자리한 ‘안동네’로 들어가 왕초 상현과 그를 둘러싼 이웃 주민들의 삶을 담아낸다. 감독이 PD를 그만둔 뒤 3년 동안 주민들과 어울려 지내며 관찰한 안동네의 풍경은 사뭇 양가적인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안동네 주민들 사이에 형성된 연대의 정과 질서는 뒷골목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일정 부분 무너뜨리며 인간적인 정취를 자아내지만, 그런 한편으로 가난이라는 현실의 냉엄함과 지금의 삶을 벗어나 보다 나은 삶을 바라는 그들의 바람 또한, 이 작품은 가감 없이 보여준다.

카메라는 마을 안에서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같이 호흡하는 한편, 멀리서 망원렌즈의 부감숏을 자주 구사하며 안동네 주변을 둘러싼 도시의 위압적인 풍경을 잡아낸다. 겉으로는 번영을 구가하는 도시의 정상성 가운데 파묻혀 고립되고, 머잖아 자본의 물결에 밀려 사라질 안동네의 삶은 오늘도 불안하고 위태롭다. <왕초와 용가리>는 잊혀진 세계, 점차 사라져가는 풍경에 대한 또 하나의 기록이다. <왕초와 용가리>는 사회의 관심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좀처럼 시선이 닿지 않은 그곳에도 ‘인간’이 살아가고 ‘삶’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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