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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타] 굳게 믿는 마음 - 공유
이예지 2016-09-06

‘초지일관.’ 공유가 <밀정>의 의열단 2인자 김우진을 설명하며 꺼낸 말이다. 일본 경찰 이정출(송강호)이 이쪽도 저쪽도 아닌 경계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며 흔들리는 반면 김우진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철하는” 우직한 인물이다. <밀정>이 마음이 움직이는 길을 그리는 영화라 했을 때 이정출의 영역이 은막의 회색빛이라면 김우진의 영역은 명명백백 밝은 빛이리라. 그가 믿는 것은 자신의 신념만이 아니다. 김우진은 이정출을 믿기로 한 순간부터 그를 의심하지 않는다. “김우진도 처음에는 이정출을 경계하고 의심한다. 그런데 폭탄을 실은 경성행 기차에 오른 다음에는 그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정출을 믿고, 그의 선한 마음과 정의에 호소하는 수밖에. 도박이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저돌적으로 직진하는 거다.” 김우진의 올곧은 믿음 앞에서 이정출의 마음도 동한다. “마음의 움직임이 가장 무섭다”던 영화 속 의열단장 정채산(이병헌)의 말을, 김우진은 가장 정확히 이해한 인물일 터다.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공유는 상대 배역이 송강호인 것을 알고 쾌재를 불렀다. “염원하던 일이 너무 빨리 왔다”는 생각도 들었다. <씨네21> 932호, <용의자>(2013) 커버 촬영 당시 인터뷰에서 “송강호라는 배우의 끝은 어디일까. 나도 그 나이가 됐을 때 저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싶다”고 밝혔을 정도로 송강호에 대한 동경이 깊었다. “앞으로 펼쳐질 고통은 알지 못한 채 마냥 기뻐했지. 송강호 선배와 김지운 감독, 두 완벽주의자 사이에서 정신을 잃지 않으려 애써야 했다. (웃음)” 그에겐 “이정출과 김우진의 구도에서 어느 한쪽이 밀리면 영화 전체가 무너진다”는 데서 오는 압박감이 상당했다. “잘해내야 한다는 강박에 자학도 많이 했다”는 그에게 약간의 엄살도 있는 것 같다. 전작을 통해 멜로의 문법에 통달한 덕일까, 두 남자가 서로의 정체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힘겨루기를 하는 초반 신에서 김우진은 마치 남녀간의 밀고 당기기 같은 팽팽한 재미를 선사한다. 일본 경찰 앞에 기가 죽기는커녕 한술 더 떠 호형호제를 서슴지 않으며 능구렁이 같은 유연성을 선보이는 그다. 강직한 성품에 더해진 쇼맨십의 감칠맛은 제법 강하다. “서로 속내를 감추고 쇼잉(showing, 보여주기)을 해야 하기에 원래 김우진 캐릭터보다 과장해서 뻔뻔하게 너스레를 떨며 연기했다. 긴장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나? 사진관에서 이정출을 처음 대면하는 신에서는 다리가 다 풀렸다. (웃음)” 그는 합을 맞추며 차츰 압박감을 극복해갔다. “‘선배를 이겨먹을 테야’라고 마음먹은 적은 없다. 그저 내 역할을 다하며 ‘선배가 준 만큼 나도 던져야지’ 했을 뿐이다. 언젠가는 선배와 탁구 치듯이 여유롭게 합을 맞출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웃음)”

배우 공유에게 올해의 의미는 남다르다. 연초 <남과 여>부터 여름시장의 텐트폴영화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부산행>, 추석시장의 포문을 여는 <밀정>까지 한해에 세 작품을 연달아 개봉하며 극장가에 자주 그리고 오래 머문 그는 “흥행이 곧 연기력은 아니지 않냐”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건 굉장히 기쁜 일이지만 동시에 부담이기도 하다.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입장이 된 거니까.” 하지만 그는 어떤 수치나 기대에 쫓기고 싶진 않다. “앞으로도 배우로 살 날이 많으니 한 계단 한 계단 천천히 성장하고 싶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을 뿐 결코 멈춰 있진 않을 거다.” 공유는 현재 드라마 <도깨비> 촬영을 앞두고 있다. “최근 2년간 달려와서 이 작품이 지나면 우선 쉬고 싶은데, 꽂히는 작품이 있으면 또 모르지. (웃음)” 그가 도전해보고 싶은 배역은 ‘악역’이란다. “역할이 크든 작든 언젠가 악역을 꼭 해보고 싶다. 평소의 선한 이미지를 뒤집어보고 싶달까. 나 같은 스타일이 돌변하면 더 무섭다”며 웃는 그다. 느려도 조금씩 성장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공유의 발걸음이 향할 다음 계단은 어디일까. 공유는 앞으로도 초지일관 자신만의 페이스를 지키며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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