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감독의 스무 번째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9월7일 개봉한다. 영화는 대동여지도를 만든 고산자 김정호의 발자취를 따르며 조선의 땅과 민중의 삶을 사랑한 인간 김정호의 여정을 좇는다. 차승원이 역사 속 인물 김정호를 해학의 너울 아래서 번뇌하는 인간 김정호로 새롭게 해석해나갔다. 그의 옆에서 가족처럼 김정호를 살뜰히 챙기는 판각장이 바우 역을 소화한 배우는 김인권이다. 또 멀찍이 한발 떨어져 이들을 지켜보는 이도 있다. 통치의 한 방편으로 김정호의 지도가 필요해진 흥선대원군. 이 역은 유준상이 입었다. 차승원, 유준상, 김인권이 만들어낸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과연 어떤 그림일까. 연기 경력으로 치면 저마다 어림잡아도 20여년은 족히 되는 베테랑급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고산자, 대동여지도>에 대한 애정 고백으로 시작한 이날의 대화는 자연스레 강우석 감독과의 인연, 역할을 준비하는 배우의 자세, 배우로 살아간다는 의미와 현재 활동에 대한 이야기로까지 번져갔다. 많이 웃고 또 웃었다. 열정 가득, 치열하게, 즐겁게 연기하고 싶다는 세 배우의 격의 없는 대화를 최대한 생생히 옮기려 했다. “세상사에 완성이 어디 있겠습니까. 채우지 못한 것을 완성시키고자 나갈 뿐이지요.” 영화 속 김정호의 대사처럼 세 배우가 계속해서 완성해가고자 하는 그들 각자의 그림도 기분 좋게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8월부터 촬영해 올해 5월 크랭크업했다. 대장정을 마친 만큼 개봉을 기다리는 마음도 남다르겠다.
=차승원_ 아직 영화는 못 봤지만 긴 작업 기간 동안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안 봐도 본 것 같다. (웃음) 덤덤하다. <하이힐>(감독 장진, 2013) 때와 비교해도 할 수 있는 홍보 활동은 최대한 많이 하고 있다. 준상이 형은 어떤가?
=유준상_ 잘되길 바랄 뿐이다. 과거와 달리 근래 들어 강우석 감독님처럼 이렇게 꾸준히 영화를 만드는 분이 또 있을까. 현재의 영화산업 시스템 안에서는 더더욱. 감독님이 “제2의 데뷔작”이라고 할 정도로 초심으로 돌아가 작업 하셨다. 그간 손발 맞춰온 익숙한 스탭들 대신 팀을 새로 꾸리셨다. 새롭게 만들어보고 싶다는 감독님의 마음이 느껴졌다.
=김인권_ 내일이 기술 시사다. 감독님이 주요 스탭들과 함께 배우들의 매니저들을 초대하셨더라. 고생한 스탭들에게 제일 먼저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는 감독님의 마음씀씀이다.
=차승원 지난해 추석 때였다. 촬영을 하는데 감독님이 전 스탭들에게 금일봉을 주셨다. 배우들만 빼고. (일동 웃음) 막내 스탭들, 배우 매니저들까지 다 챙긴다는 게 보통일인가. <신라의 달밤>(감독 김상진, 2001), <선생 김봉두> (감독 장규성, 2003) 찍을 땐 투자사의 기획자로 감독님을 뵀었다. 정말 무서웠지. 이번에 감독님과 현장에서 만나니 훨씬 좋더라. 전화 드리기도 편해졌고 가끔 농담도 한다.
-김정호, 흥선대원군처럼 실존 인물을 연기해야 했고 예상보다 출연 분량이 많지 않은 경우도 있는 등 시나리오를 받고 저마다의 기대나 고민의 지점이 달랐을 것이다.
=차승원 감독님이 내가 각본 받고 3주간 답을 안 했다고 하셨는데. 바빴다. (웃음) ‘이 작품은 내가 하겠구나’ 싶기도 했고. 작품에 대한 감독님의 애착이 느껴졌다. 과하지 않은 확신이 보였달까. 이유를 들어가며 ‘이 작품을 해야지’ 라는 생각은 없었다. 작품을 만들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는 감독님이 계시니 나는 그저 그분을 보고 가면 됐다.
=유준상 감독님과 <전설의 주먹>(2012)을 찍을 때 내가 그랬다. “감독님의 스무 번째 작품에는 꼭 출연하겠습니다!” 감독님이 “어? 그래? 그래야 되나?” 하시더라. (일동 웃음) 작은 역할이라도 할 생각이었다. 감독님들 중에는 배우에게 정확히 ‘오케이’ 사인을 안 주는 경우도 있다. 그때 배우는 막연해진다. 강우석 감독님은 ‘이 장면이 제대로 안 나오면 다 내 탓’이라며 정확하게 ‘오케이!’ 사인을 주신다. 배우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모니터 앞으로 갈 이유가 없다. 대본대로 찍고 웬만해선 촬영분을 거의 다 완성본에 쓰신다. 그러니 얼마나 신뢰가 가겠나.
=김인권 내가 맡은 바우는 김정호 옆에서 판각을 돕고 그의 딸 순실(남지현) 에게 애틋한 마음을 품는 인물이다. 캐스팅 때 젊고 잘나가는 배우들이 물망에 올랐던 걸로 안다. 그럼에도 나를 선택해준 감독님의 뚝심에 감동했다.
-워낙에 꼼꼼하게 역할 분석을 하고 현장으로 가는 배우들이라고 알려졌다. 맡은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한 저마다의 준비도 치밀했겠다.
=유준상 흥선대원군 역에 참고가 될까 싶어 영화의 원작인 박범신 작가의 <고산자>를 읽었다. 등장 분량이 한 페이지 정도더라. ‘이걸 어떻게 푸나’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였다. 이번에 정말 행복했다. 난을 치는 장면을 위해 경주에 계신 수묵화의 대가 소산 박대성 선생님을 찾아뵀다. 그런데 난 치는 걸 배운 적이 없다. 난을 치려고 하면 선생님께서 ‘산에 가자, 어디 전시회나 갈까’ 하셔서…. 천천히 하나씩 말씀해주셨다. ‘난의 선 하나하나는 수천 병사들이다, 그들이 합쳐져 난이 된다’고. 그저 좋았지. 얼마나 좋았으면 내가 선생님을 모시고 단편영화를 다 찍었겠나. (일동 놀람!)
=차승원 형은 정말! 음악 활동해 앨범 내고 뮤지컬, 드라마, 영화도 하고. 나도 게으른 사람이 아닌데 형은 진짜 엄청 부지런해!
=유준상 흥선대원군의 발자취도 좇아 흥선대원군의 묘에도 가고. 아들 녀석들 데리고 수원에 있는 김정호 선생 동상도 찾아가 절도 하게 했다. 영화 잘되게 해주십시오, 염원하면서. (웃음)
=차승원 실존 인물을 연기하려면 ‘이런 분들은 도대체 어떤 정신으로 그 시대를 살았을까. 평범한 사람들과는 어딘가 다를 거다’라는 생각부터 든다. 동시에 이들에게도 가족이 있었을 텐데 싶어 보편적인 공감대 속에서 캐릭터를 만들어가야 했다. 김정호를 현실에서 멀리 떨어진 위대한 위인으로만 그리고 싶지 않았다. 김정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고 싶어서 감독님도 바우 역할을 중요시하셨던 것 같다. 지도 만드는 외골수 김정호보다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리는 데 힘을 쏟았다.
=김인권 바우로 살면서 역사 여행을 하고 온 듯하다. 현장에서 선배님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김정호 같았고, 진짜 흥선대원군 같았다.
=유준상 너도 엄청 바우 같았어. (일동 웃음) 박범신 작가님이 ‘김정호 선생님은 그 당시에 민주화를 꿈꾼 사람’이라고 하셨다. 그 말씀이 크게 와닿았다. 지금 시대에도 그런 인물은 꼭 필요하잖나. 강우석 감독님은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던 거다. 다만 ‘이것 봐라’라는 식으로 다 드러내 보여주는 게 아닐 뿐이다. 강 감독님을 ‘옛날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옆에서 보면 누구보다 깨어 있는 분이다.
=김인권 예전에 <씨네21>에서 진행했던 ‘한국영화 파워50’ 기사의 감독님 사진만 봐도 보스, 대부 같지 않나. (일동 웃음) 회식에서 건배할 때도 감독님은 ‘사랑합시다!’라고 말씀하신다. 요즘 반성하고 있다. 감독님은 나를 100% 사랑하시는 것 같은데 나는 그 반밖에 사랑을 드리지 못한 것 같다. 뭔가를 해내려면 감독님처럼 상대방을 아낌없이 사랑해야 하는데 말이다.
=유준상 반성해라. (일동 폭소)
=차승원 이 얘기는 내가 꼭 감독님께 전하겠다. 준상 형과 나는 감독님을 120% 사랑한다. 더이상 사랑하면 같이 살아야 한다.
=유준상 인권이 너는 그러면 안 된다. 너를 배우로 만들어주신 분인데. (웃음)
=김인권 <송어>(감독 박종원, 1999) 연출부였을 때 연기가 하고 싶더라. 투자가 안 돼 크랭크인을 못하고 있는데 강우석 감독님이 나타나셔서는 투자를 해주셨다. 내가 그때 <송어>로 배우 데뷔를 한 거다. 아, 난 오늘도 반성을 많이 해야겠다.
-세 사람이 한 영화에 출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유준상, 김인권은 동국대 연극영화과 10년 선후배 사이고, 유준상, 차승원은 중학교 1년 선후배다. 차승원과 김인권은 <시크릿>(감독 윤재구, 2009)으로 한번 호흡을 맞췄다.
=유준상 승원씨를 한번 만나야지 했는데 이번에 봐서 정말 좋았다. 승원씨가 워낙 사람 됨됨이가 좋다. 주변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니 일하는 즐거움이 크다. 인권이야 학교 후배고 집도 가까워 헬스장에서도 자주 만났다.
=김인권 동국대 연극영화과 선배들이 정말 많지 않나. 그중에서도 최민식, 유준상 선배께 특히 감사하다. 후배들 연극 연습할 때마다 손에 먹을 것 잔뜩 싸들고 와주셨다. 특히 유준상 선배님은 여러 차례 오셨다. 연기도 봐주시고.
=차승원 형, 정말 부지런하다니까. (웃음)
=김인권 차승원 선배님은 <시크릿> 땐 정말 형사 같았다. 물론 그때도 유머가 넘치셨지만. 왜 그 동대문에서 신발을 사오셨던 일화가….
=차승원 겨울밤에 사흘 내내 비 맞는 신이었다. 같은 운동화를 계속 신어야 했는데 젖지 않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동대문에 가서 천을 사다가 방수가 되는 신발을 직접 만들었다. 그 위에 그림까지 그려 넣었다. 살아보겠다고 내가 별걸 다 했다. 하하.
=김인권 선배 캐릭터 자체가 싸우고 피 터지는 거라 에너지가 어마어마해 무서웠다. 이번 현장에선 “응, 응, 바우~~” 하며 받아주시는데 그저 좋은 아저씨더라.
=유준상 그러기가 쉽지 않다. 승원씨가 모델로 활동을 시작해 배우로 일해온 과정을 지켜봤잖나. 연극영화과에서 공부하고 연기하는 이들의 정신력 그 이상으로 역할에 접근한다. 그게 배우로서 롱런할 수 있는 비결 아니겠나.
-좋은 의미로든 반대로 경계하는 측면에서든, 연륜이 쌓이면서 작품을 준비하고 임하는 태도나 촬영장에서의 모습, 지향하는 연기 철학에 변화가 생긴 점이 있을까.
=유준상 배우로 오래 버티는 게 쉽지 않다. 아직까지 이렇게 살아남아 연기할 수 있는 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정말 열심히 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든 해나가야 한다는 절실함이다.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캐릭터를 만들기 이전의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차승원 치열하게 연기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뭔가를 이뤄보겠다고 너무 애쓰는 건 지양한다. 감독님의 ‘오케이’ 사인이 나야 끝이 나지만 꼭 ‘오케이’가 나지 않으면 또 어떤가. 오케이를 받아야만 마치 좋은 배우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도 배우의 착각이다. 이번 촬영장은 그 점에서 더없이 편했다. 편하면 좋은 거 아닌가. 물론 큰 그림은 그리고 현장에 가지만 너무 꽉 짜인 대로 가려고 하지 않는다. 괜히 날을 세우고 시니컬해질 필요도 없다. 그 시간에 좀더 자신을 내려놓자. 현장에서 나한테 주문을 건다. ‘될 수 있으면 장난을 치자, 긴장을 풀자!’ 연기의 가장 큰 적이 긴장 아닌가.
=김인권 대사에 몰입하다보면 연기 외적인 걸 살피지 못할 때가 있다. 차승원 선배는 확실히 연륜이 있다. 현장에서 자꾸 웃겨주신다. “아님 말구~~” 라고 하면서.
=차승원 그래, 인권아. 아님 말구. 또 하면 되잖아.
=김인권 ‘아님 말구’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그게 맞을 때가 있다. 조화도 중요하다. 강 감독님과 작업할 땐 애드리브 욕심은 줄이고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며 성실히 대사를 잘해나가면 되더라.
-영화와 드라마 연기뿐 아니라 저마다 뮤지컬, 연극, 예능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한다. 특히 배우의 예능 출연을 두고 양날의 검이라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유준상 요즘은 육아로 바쁘다. 즐겁게 하고 있다. 다 연기에 도움이 되니까.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예전에 비해 많이 게을러졌다. (일동 놀람) 나이는 들어도 감성만큼은 늙고 싶지 않다. 무대에서 계속 관객을 만나는 게 쉽진 않다. 지난해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할 때도 상대 배우들이 전부 20대였다. “내 상대역을 해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무대 덕에 좋은 기운을 얻는다. 음악은 워낙 좋아해서 곡을 쓰고 앨범도 내고.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첫 연출작인 장편 <내가 너에게 배우는 것들>을 출품했다. 촬영 땐 시나리오가 없었다. 직접 출연했는데 현장에서 상대역과 대사를 바로바로 맞췄다. 숙소로 돌아와 새벽까지 그날의 대사를 문서화하고. 대본이 결국 영화 다 끝난 뒤에 나왔다.
=차승원 나는 인생이 연출이다. (일동 웃음) 사실 연극영화과에선 연출 공부를 체계적으로 하잖나. 나는 그런 과정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 나이에 그걸 배울 수 있는 친구들이 부럽지. 인권이도 연출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김인권 대학 졸업 작품으로 장편 <쉬브스키>(2002)를 연출하면서 연출에는 재주가 없다는 걸 알았다. 배우로 살면서 훌륭한 감독님들 만나 공부해보고 싶었다. 연출은 하늘이 점지해주는 일 같다.
=유준상 나도 음악영화라 연출했지 그게 아니면 엄두를 못 낸다. 언젠가 뮤지컬영화를 만들어보는 게 꿈이다. 승원씨가 그렇게 말하지만 전공자 이상으로 섬세하게 연기하잖나. 그러기 위해서 또 본인이 얼마나 노력했겠나.
=차승원 ‘배우가 너무 예능으로 소비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근데 나는 원체 예능을 좋아한다. 특히 <삼시세끼>는 멤버들간의 끈끈함이 정말 좋다. 원래 (유)해진씨는 스케줄이 안 맞아 이번 시즌은 하기 어려웠는데 멤버들을 생각하며 합류한 거다. 제작진도 출연자들에게 뭔가 더 하길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도 하기 싫으면 안 하고. (웃음) 배고프니까 뭔가를 만드는 거고 쉬고 있는 걸 카메라가 찍는 거고. ‘이런 영화를 찍으려 하니 예능은 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은 안 한다. 내가 가는 길이 있으니까.
=유준상 승원씨가 요리하는 걸 보면 마음이 느껴진다. 나도 요리는 하는데 재료를 막 썰어 넣는다. 그러면 아이들이 ‘아빠, 두부도 다 돼 있는 거 데워주기만 하고, 달걀도 깨뜨려 프라이만 해주고. 이건 요리가 아니잖아요. 요리를 해주세요’라고 한다. ‘그냥 먹어~ 맛있지 않니?’ 하면 또 맛은 있대요. 요리가 보통일이 아닌데 승원씨 보면 정말 어떻게 저렇게 하지 싶다.
=차승원 원래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 하다보면 되게 섬세해지는데 그게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 <삼시세끼>에서 내가 플레이팅을 해두면 꼭 해진씨가 밭에서 고추를 따와서 대충 씻어 꼭지도 안 딴 채 상에 놓는다. 정말 나랑은 정반대 성향의 사람이지. 그게 해진씨 색깔이다. 또 본인도 내가 싫어하는게 뭔지를 알아서 요즘은 야채도 씻곤 한다. (웃음) 그런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존중한다는 건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을 안 하려고 하는 게 아닐까. 별 게 있겠나.
=유준상 우리 그럼 공약 하나 걸자. <고산자, 대동여지도> 관객수가 500만명이 넘으면 승원씨가 음식을 해주는 걸로.
=차승원 안 그래도 그런 생각을 해봤다. 관객에게….
=유준상 관객한테 말고 우리한테 해달라. (일동 폭소)
=차승원 (못 들은 척) 야외촬영 때 밥차에서 먹는 간단한 국밥 같은 게 어떤가.
=유준상 난 만들기 어려운 것으로 해달라.
=차승원 함박스테이크? (웃음)
-<고산자, 대동여지도> 이후의 활동 계획이 잡힌 게 있나.
=유준상 당장 내일부터 뮤지컬 <그날들> 공연이 시작이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도 많이 응원해달라. 요즘 전체 관람가인 영화가 많지 않잖나. 재밌고 편안한 영화다.
=차승원 인권이는 공포영화 촬영에 들어간다고 하던데.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 2012)에서 도부장 역으로 나왔을 때도 좋았다. 무거운 내용일 수 있는데 인권이가 숨구멍을 계속 만들더라. 배우로서 자기 위치를 잘 잡아나가고 있는 것 같아 좋아 보인다. <고산자, 대동여지도>에서도 그런 역할을 해줬다.
=김인권 <시크릿> 때 승원 선배가 내 영화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말씀을 해주셨다. 무심한 듯 한마디, ‘잘하네, 잘해’. 나는 차승원표 코미디영화를 보며 자란 ‘차승원 키드’다. 그 시절부터 선배의 팬이었다. 진지한 역할을 하실 때도 있었지만 선배가 조금은 풀어진 인간적인 캐릭터로 다시 한번 돌아오길 바랐다. <고산자, 대동여지도>에서 해학적인 인물을 그려내신 것 같아 더없이 반갑고 좋았다고 꼭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