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뭐라고 정의하려고 하면 단어의 사이로 도망가는 것 같다. 아마도 시간의 흐름에도 살아남은 대부분의 예술작품이 그러하리라. 시인 마크 스트랜드는 <빈방의 빛: 시인이 말하는 호퍼>라는 책으로 호퍼의 그림을 글로 옮겨보고자 한다. 그림이 등장하고 글이 따른다. 1963년작 <빈방의 빛…>에 대해 스트랜드는 “호퍼의 방들은 욕망의 침울한 안식처다. 우리는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지만, 물론 알 수가 없다. 본다는 행위에 수반되는 침묵은 커져만 가고, 이는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 호퍼에 대한 해설이 아니라 감상이고, 호퍼에 대한 글인 동시에 그림에 대한 글이고, 또한 마크 스트랜드 자신에 대한 글이다. 그리고 당연히, 세 번째에 가장 방점이 찍혀 있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찬찬히 살피며 다른 누군가와 대화하는 기분으로 읽으면 좋은 책. 스트랜드의 글을 읽다보면, 수평과 수직의 직선이 분할하는 공간들 사이의 틈, 빛, 동작과 음향, 물건과 사람을 새삼스러운 기분으로 발견하게 된다. 정적을 그리고 정적을 말하는 법에 대한 에드워드 호퍼와 마크 스트랜드의 방백이 어우러진다.
[도서] 그 찬란한 고독의 순간
글
이다혜
2016-08-29
<빈방의 빛: 시인이 말하는 호퍼> 마크 스트랜드 지음 / 한길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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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그 찬란한 고독의 순간 <빈방의 빛: 시인이 말하는 호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