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볼쇼이 발레단의 예술감독 세르게이 필린이 괴한에게 염산 테러를 당한다. 이 사건으로 세르게이는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고 치료 때문에 한동안 볼쇼이를 떠나 있게 된다. 볼쇼이 발레단 수석 무용수 출신인 세르게이는 2011년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이후 볼쇼이의 혁신을 도모해왔다. 특히 외국출신 무용수와 안무가를 기용하기로 한 그의 방침은 단원들의 반발을 샀다. 테러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범인도 볼쇼이 발레단 소속의 젊은 무용수였다. 오랜 치료를 마무리 짓고 세르게이는 볼쇼이로 돌아온다. 하지만 새롭게 단장으로 취임한 블라디미르 유린과 단원 누구도 세르게이를 환영하지 않는다.
‘러시아 최고의 자산’, ‘세계 최고의 발레단’으로 통하는 볼쇼이 발레단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영화다. ‘크렘린과 볼쇼이의 거리는 500m’라는 말이 암시하듯, 1773년 러시아 여제 예카테리나 2세의 명령으로 창설된 후 무수한 정치 권력의 입김으로 작동해온 볼쇼이의 역사를 훑는다. 동시에 카메라는 공연 실황, 무대 뒤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 무용수 개개인의 일상도 함께 따라간다. 무용수들은 개인적인 야망과 발레에 대한 열정, 발레단 내부의 뿌리 깊은 질시와 암투를 증언한다. 영화는 화려한 명성에 가려진 볼쇼이 발레단이라는 대상의 이면을 두루 훑고 있지만 어렴풋한 인상을 남기는 데에 그친다. 염산 테러 사건의 전모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고, 세르게이 필린을 중심으로 한 인물들간의 갈등에 얽힌 사연 역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드라마틱한 실화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