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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테러 이후 연달아 취소되는 문화 행사들

지난해 열린 달빛 시네마 야외 상영 행사. 올해는 안전상의 이유로 행사가 취소되었다.

프랑스의 파리, 니스, 생 에티엔 뒤 루브레, 독일의 안스바흐와 뮌헨…. 현재 유럽은 일주일이 멀다 하고 벌어지는 경악스러운 테러로 불안과 함께 어두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프랑스의 여러 도시에서는 매년, 바캉스를 떠나지 못한 시민들을 위해 야외 영화 상영 행사를 열었다. 하지만 니스 테러 이후 야외 영화 상영회는 안전상의 이유로 취소되거나 실내 행사로 대체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7월23일과 24일에 열릴 예정이었던 길거리 농구 대회도, 8월7일 예정되었던 샹젤리제의 차 없는 거리 행사도 취소되었다. 파리의 여름을 알리는 ‘파리 비치’(여름휴가 기간 센 강변에 개장하는 인공해변)는 삼엄한 경비 속에 가까스로 문을 열었다. 한편 지난해의 <샤를리 에브도> 총격 사건 직후, 이슬람 무장세력 집단에 잠입하는 프랑스 기자의 이야기를 다룬 니콜라 부기예프 감독의 <메이드 인 프랑스>(2015) 극장 개봉이 취소된 전례가 있는데, 올해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니스 테러 이후 프랑스 전역의 230개 극장에서 상영 중이던 제임스 와킨스 감독의 <바스티유 데이>(2016)가 개봉 5일 만에 막을 내린 것이다. 이드리스 엘바가 파리에서 예견된 테러를 막기 위해 맹활약하는 CIA 요원으로 등장하는 영화다. 이 작품의 프랑스 배급을 맡은 스튜디오 카날은 “테러 희생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에 대한 애도의 표시로 상영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슬람 무장세력의 잔인한 일상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살라피스트>(2016)는 올 초 개봉 당시 문화부가 이례적으로 18살 미만 관람 불가 판정을 내려 등급 논쟁을 불러일으켰는데, 니스 테러가 일어나기 하루 전날 파리 행정법원에서 문화부의 결정을 기각해 찬사와 질타를 동시에 받기도 했다.

9·11 이후 미국인들이 이 사건을 직접적으로 다룬 영화를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프랑스인들도 이슬람 무장세력을 다룬 영화를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기까지는 아직 긴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