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뮤직 한국 서비스가 시작된 뒤 음악 듣는 재미가 커졌다. 열흘쯤 지나자 눈에 익은 곡들만 보였다! 나는, 힙합과 R&B를 많이 듣고, 비발디와 바흐를 비롯한 바로크 시대 건반악기곡을 좋아하고, 재닛 잭슨과 휘트니 휴스턴, 에이미 그랜트를 비롯한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여성 팝보컬리스트의 노래를 반복 청취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안에서 큐레이션은 아무리 돌고 돌아봤자다. 바다는 넓다는데 속초 앞바다만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큐레이션 서비스는 안전하다. ‘당신이 좋아할지도 모를’ 음악이나 책을, 기존 데이터(유사한 취향을 지닌 다른 유저들의 이용 결과를 포함하는)를 통해 골라준다. 내가 하는 일도 그런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쯤은 숫자와 고유명사에 어두운 나보다 컴퓨터쪽이 더 능할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오스카리아나>는 그런 고민의 연장에서 만난 특이한 책이다. 세상 웬만한 명언의 발화자를 찾아보면 십중 이삼은 오스카 와일드가 했다고 한다. <오스카리아나>는 그중 출처가 명확한 것들을 다시 추리고, 주제별(삶, 사람, 남녀, 사랑, 결혼, 젊음, 노년, 친구, 대화, 쾌락, 문학, 비평, 진실, 거짓, 예술, 역사, 종교, 부, 가난, 아일랜드, 영국인 등)로 나누어 원문(영문)과 번역문을 함께 실었다.
첫째로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나 글임을 확인했다는 것(모든 글에 출처가 적혀 있지는 않은데 권말의 참고문헌은 적혀 있다). 온라인에 떠도는 글 중 출처 불명이거나 심지어 오류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책은 신뢰할 수 있다. 둘째로는 영문이 병기된 것. 원문과 번역문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셋째로는, 그 많은 문장들을 범주화해서 꺼내 보기 편하게 한 것. 이 점은 앞의 두 장점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이 와중에 전에 접하지 못했던 수많은 오스카 와일드의 문장을 만나게 된다. 즉 좋아한 것과 좋아할 것을 적절히 섞어 제시해야 하고, 사용이 용이해야 한다. 이 책의 장점과 큐레이션에 대해 모두 적용할 수 있을 만한 말을, 책 안의 오스카 와일드를 인용해보겠다. “대중은 아름다움의 새로운 방식을 몹시 싫어한다. 그래서 그것과 마주칠 때마다 분노하고 당혹해하면서 언제나 바보 같은 두 가지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하나는 예술 작품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예술 작품이 지극히 부도덕하다는 것이다. 대중이 예술 작품을 두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할 때는, 예술가가 새로운 무언가를 말했거나 전에 없던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