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 사업평가 토론회, “문광부는 조력자로 남아야” 한목소리화살은 결국 문화관광부로 쏟아졌다. 3월29일, 영화인회의를 비롯 영화계 7개 단체들이 마련한 영화진흥위원회 사업평가 토론회. 지난 3년 동안 영진위가 벌인 진흥사업의 공과를 가려내는 자리였지만, 참석자들은 이에 앞서 “문광부의 지나친 간섭이 영진위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2기위원회 구성을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 벌어진 이날 토론회는 진흥책에 대한 개별적인 평가보다는 영진위의 위상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제기가 주를 이뤘다. 이와 관련, 문광부가 쥐고 있는 영진위의 예산승인권은 자주 도마에 올랐다. 특히 문광부가 올해 예산안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예술영화전문투자조합 결성 비용 등 영진위가 주력하기로 한 사업을 “수익성이 없다”며 전면 거부해서 물의를 빚은 터라 비판이 집중됐다. 영화인회의 유창서 사무국장은 발제를 통해 “문광부는 영진위가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데 있어 조력자로서의 역할로 충분하다”고 지적하고, 이를 위해 “문광부의 예산승인권은 삭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영진위 관계자들 역시 ‘합의제 민간 행정기구’인 영진위의 출범취지가 퇴색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토론자로 나선 김혜준 영진위 정책연구실장은 “영진위가 적극적으로 의제를 설정하고 지원책을 내놓으려면 문광부로부터의 독립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영진위 이용관 위원 역시 “문광부가 영화진흥법에 예산승인권을 신설한 것은 이후 영진위가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는 데 있어 치명적인 조항이었다”면서 “이를 해결하면 부수적인 문제들도 뒤따라 해결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현 정부의 문화 정책에 대한 좀더 거시적인 비판도 나왔다. 지나치게 산업논리에 편향되어 공공적인 정책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 문화개혁시민연대의 이원재 정책실장은 “대규모 문화산업단지 조성 등 정부가 내놓은 일련의 정책은 보여주기식 사업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영화인회의 조준형 정책실장은 다양한 문화적 지원에 있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2003년까지 마련키로 한 영화진흥금고의 규모가 1700억원에 이르지만, 이후 기금마련 계획이 전무한 탓에 지금까지 “원금을 보전하는 데 급급했다”는 것이다.3시간에 걸쳐 계속된 이번 토론회에서 영진위의 개별 사업에 대한 평가까지 충분히 이뤄지진 못했다. 다만 영진위가 상시적으로 영화인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여러 차례 나왔다. 영화인회의 유창서 사무국장은 “통합전산망 사업을 비롯 현재 영진위가 맡고 있는 몇몇 사안의 경우, 어떻게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영진위가 영화계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으려면 자주 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진위 김혜준 정책연구실장은 “영화계 스스로도 정책입안에 있어 좀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