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말이 많지 않았다. 가끔씩 웃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내성적인 사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주로 음악 얘기를 많이 했는데, 록/메탈 신봉자였던 나와는 반대로 포크적인 음악에 주로 반응했던 게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세월이 흐르고, 그 조용했던 사람이 뮤지션으로 돌아왔다. 처음엔 ‘아톰북’이라는 밴드를 했고, 이후에 솔로로 나와서는 ‘빅베이비드라이버’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발표했다. 이때부터였다. 세상이 그의 음악에 서서히 주목하기 시작했다.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같은 드라마에 그의 음악이 쓰였고, 평단의 호평도 이어졌다. 특히 2014년에 발매된 《A Story of a Boring Monkey and a Baby Girl》은 정말이지 좋은 소리를 담고 있었다. 과한 구석이나 모자람 하나 없이 포크와 컨트리를 따스하고 포근하게 오갔다. 그런 그가 동료와 함께 막 밴드를 결성해 또 다른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았다. 빅베이비드라이버트리오의 《bbdTRIO》가 바로 그것이다. 더이상 1인이 아닌 밴드 체제이기에 확실히 록‘적’으로 변했다. 나 <D>에서 들을 수 있는 노이즈 다발이나 <This Time is Your Time>의 블루스적인 접근법이 이를 증명하는 요소들이다. 요컨대 과거의 유산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자연스러운 확장’을 통해 새로운 장을 펼쳐내는 데 성공한 앨범이다. 이런 측면에서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추릴 줄 아는 편곡이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한 예시로서도 손색이 없다. 어쨌거나 그 조용했던 사람이 나를 이토록 감동시키다니, 내 맘에 한톨도 없던 애교심이 괜히 생길 것 같은 새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