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미국 TV방송사들은 심야 코미디쇼를 통해 화제가 되고 있는 공화당, 민주당 전당대회 스페셜 방송을 내보냈다. 이 일련의 프로그램들은 할리우드의 그 어떤 영화보다 스릴 넘치고 공포스러우며 폭소를 자아냈다. 특히 가장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이는 <CBS>에서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를 진행하는 코미디언 스티븐 콜베어다. 그는 이 쇼를 통해 ‘트럼피니스’(Trumpiness)라는 신조어를 소개했다. 이 신조어는 11년 전 그가 직접 만들어 사전에까지 등록된 ‘트루시니스’ (Truthiness)와 대적할 만한 단어다. 사실과 관계없이 진실로 느껴지는 것을 믿는 성향을 ‘트루시니스’라고 한다면, ‘트럼피니스’는 트럼프의 황당무계한 주장이나 공약을 대부분 믿는 것은 물론, 그것이 진실인지 여부에 관심조차 없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태도를 꼬집는 신조어다.
심야시간의 코미디쇼들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최근 큰 이슈였던 공화당, 민주당 전당대회가 그 어느 때보다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클리블랜드에서 개최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후보라는 것을 의식한 듯 공화당의 대표적 정치인이나 공화당 출신 전직 대통령 모두가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덕분에 매번 대선 때마다 철저한 각본대로 치러지던 형식적인 행사가 트럼프의 연설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미디어의 가장 큰 관심거리가 돼버렸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필라델피아에서 전당대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러시아의 사이버 해킹으로 민주당전국위원회(DNC)의 이메일 9천여개가 위키리크스에 공개되는 망신을 당했다. 이 때문에 버니 샌더스를 낙선시키기 위해 아이디어를 간구했던 DNC 의장 데비 와서먼 슐츠는 전당대회에 참여도 못하고 자진사퇴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다양한 코미디쇼를 통해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이어왔던 코미디언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미국 정치계의 현실을 예리하게 포착해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