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의 오연주(한효주)가 웹툰 속으로 들어가 주인공 강철(이종석)을 돕는다. 이 무슨 유치한 설정이냐 비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송재정 작가의 MBC 드라마 <W>는 초기 설정을 의심 없이 받아들여야 즐길 수 있는 여타 판타지 드라마처럼 시청자를 호락호락하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만화와 현실을 오간다는 설정의 드러나지 않은 나머지를 곱씹고 추론할 여지를 던진다. 초반에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두 주연배우의 기묘한 앙상블이었다. 이종석은 웹툰 주인공 강철을 마치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의 스테레오타입을 복제하듯 연기하고, 한효주는 현실의 웹툰 독자 오연주를 만화의 양식화된 감정표현과 과장된 동작으로 표현한다. 이들이 서로의 세계를 절충하는 공간은 진짜 현실세계를 모사하는 드라마 속이고, 이는 웹툰 바깥 또 하나의 프레임, TV모니터에 관해 생각하게 한다. 자신을 창조한 만화가쪽으로 정확하게 시선을 맞췄던 강철의 각성은, 어쩌면 오연주와 더불어 또 한겹의 레이어를 각성하는 전 단계가 아닐까? 이를테면 오연주의 세계로 넘어와 자신의 인생이 담긴 웹툰 <W>를 인지하게 된 후, 또 한번 MBC 드라마 <W>의 존재를 깨닫게 되는 것 말이다.
강철과 오연주의 관계는 현실을 모방해서 쌓아올린 가공의 이야기가 어느 시점부터 다시 현실에 영향을 끼치는 연쇄와도 닮아 있다. 의지를 갖게 된 캐릭터가 작가에게 대항하고 예정된 사건과 결론을 위해 편의적으로 삭제되는 맥락을 지적하는 모습은 창작자의 윤리로 향한다. 그리고 오연주가 사는 세계로 향한 강철이 이전까지 자신이 주인공이었던 세계에서 취한 관성과 편의까지 인정하고 깨달을 수 있을지도 궁금해졌다. 진짜 각성은 그런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