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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흐물흐물 질척질척
이다혜 2016-08-08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2> 에도가와 란포 지음 / 검은숲 펴냄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이라고 하면, ‘이야미스’라는 말이 떠오른다. 보통 ‘이야미스’라고 하면 뒷맛이 나쁜 미스터리로 <유리고코로>의 누마타 마호카루나 <고백>을 쓴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들이 여기 속하는데 뒷맛이 나쁘다는 데는 결말이 파국이라는 점을 포함하는 것이지만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은 읽는 내내 이미 기분이 좋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에도가와 란포의 직계손과 란포 연구의 권위자들이 인정했다는 정본을 모으고 거기에 더해 초판본 표지며 사진자료들을 더한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을 읽으며 새삼, 어렸을 때 에도가와 란포를 읽을 때 느꼈던 흐물흐물하고 끈적끈적하며 질척질척한 기분을 맛보았다. 이번에 출간된 2권에는 한국에서 처음 소개되는 <파노라마 섬 기담>과 그 유명한 <인간의자>가 수록 되어 있다. <파노라마 섬 기담>은 큰 부자였던 고모다 집안 주인이 병이 깊어져 숨을 거둔 다음 장례까지 치렀다가 불가사의하게 되살아난 뒤 벌어진 기묘한 사건을 다룬다. 되살아난 그는 성격이 완전히 변해, 인근의 섬을 하나 사서 섬 전체에 만리장성 같은 담장을 쌓고는 그 안에 호수와 강, 언덕, 계곡, 그리고 그 한복판에 거대한 철근 콘크리트로 지은 이상한 건물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완성 직전에 공사는 중단되었고 알려지기로는 공사 중단을 전후해 집안 주인과 그 부인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연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파노라마 섬 기담>의 얼개다. 속사정을 알기 위해서는 섬과도 고모다 가문과도 상관없는 남자를 만나야 한다. 이 남자는 현실에는 관심없고 오로지 꿈의 나라로서의 이상향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다. <인간의자>는 기분 나쁜 미스터리 계열로는 정상급인 소설. 요시코는 아름다운 여성 작가로 많은 숭배자들로부터 편지를 받는다(에도가와 란포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성상만으로도 긴 글을 쓸 수 있으리라). 어느 날 두툼한 편지가 도착하는데, “저는 태어날 때부터 너무 못생긴 사람이었습니다. (중략) 저는 정말 지지리도 불행한 남자입니다”라고 고백하고 자신의 일은 의자를 만드는 것이며 어느 날 커다란 안락의자 주문을 받은 일을 술회한다….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은 판본별 비교분석까지 제공한다. <파노라마 섬 기담>은 역시 일본 최고의 추리소설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의 요코미조 세이시가 담당 편집자였다고. 더불어 <파노라마 섬 기담>을 읽고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은 이에게는 <레베카>를 쓴 대프니 듀 모리에의 <희생양>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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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물흐물 질척질척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