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왕국 발리우드의 그늘에서 피어난 인도여성독립영화들과 아시아 각지 여성들의 자기 보고서 역할을 한 단편영화들. 아시아와 여성이라는 2중의 굴레를 쓴 여성감독들은 올곧은 현실인식과 정직한 자기 응시를 통해 다시 '태양'이 되기를 꿈꾼다. 소외된 자들의 벅찬 날갯짓. 여성영화의 힘에 주목할 일이다.
봄베이 유너크 Bombay Eunuch 감독 알렉산드라 시바,미셸 구곱스키 . 인도 .2001년 . 71분 . 다큐멘터리 . 아시아특별전
우르두어로 “중요한 사람들”을 뜻하는 히즈라는 오랫동안 고대 인도와 파키스탄의 궁정에서 일하는 내시(거세남)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힌두교적 전통으로부터 신비스런 분위기를 풍기며 성스러운 존재로 여겨졌던 히즈라는, 그러나 식민통치기간을 거치면서 급격하게 몰락한다. 영국인 식민통치자들은 그들의 문화를 탈신비화하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성스러움을 도착이라는 새로운 근대적 병명으로 대체한 것이다.
오늘날 세속적인 인도 카스트의 상류층은 히즈라를 경멸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백만 이상의 인구로 추정되는 그들은 가족과 일터로부터 쫓겨나 거리에서 구걸과 매춘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많은 수의 그들은 에이즈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상태다.
지구상에서 가장 독특한 하위 문화를 구성하고 있는 히즈라에 대한 짧은 인류학적 보고서인 <봄베이 유너크>는, 37살의 가모장 미나를 중심으로 봄베이 근교의 슬럼에서 대체가족을 형성해 살아가고 있는 히즈라들의 독특한 삶의 양식과 가치관 등을 조명하고 있다. 그들의 일상의 모습과 인터뷰를 테크노컬러 발리우드 영화들, 그리고 인류학자의 인터뷰 등과 교직하면서 <봄베이 유너크>는 성적 정체성과 범주들을 둘러싼 복잡한 문제들, 그리고 서구적 개념의 도입이 전통적인 것에 일으키는 문제 등을 고찰한다.
칼리 사와르 Kali Salwaar 감독 파리다 메타 . 인도 . 2001년 . 112분 . 극영화 . 아시아특별전
창녀 술타나는 정부인 쿠다박시와 함께 보잘것없는 꿈과 짐을 싸가지고 메트로폴리스 봄베이로 이주한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그녀의 사업조차 그리 여의치 않다. 도시의 미로와 가난에 갇혀있는 그녀는 힌두교적 전통에 따라 모하람 추모기간에 입을 검은 사와르를 사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인다.
파리다 메타의 장편 데뷔작인 <칼리 사와르>는 창녀 술타나와 그 주변인물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의 변주를 통해서 현재 급격하게 변동하고 있는 인도사회의 단층들을 성찰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영화다. 예민하게 선택되고 움직이는 카메라는 근대화와 자본주의화로 요약되는 인도의 복잡한 근대화의 풍경들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미로와도 같은 봄베이의 거리를 떠도는 주인공 술타나는 비록 그녀 자신이 이 응축된 도시의 기호를 온전히 독해해내지는 못하지만 이 도시의 산보객이자 목격자다. 풍부한 원색을 활용한 시각화가 돋보이는 <칼리 사와르>는 시적 은유가 충만한 지적이고도 성찰적인 영화다. 권은선/ 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 전복의 매혹, 신나게 즐기자!
▶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 새로운 물결·한국영화회고전·딥 포커스 부문
▶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 그외 영화들
▶ 아시아 여성영화의 힘 - 아시아 특별전·단편경선 부문
▶ 아시아 여성영화의 힘 - 그외 영화들
▶ 액티비즘 영화·비디오 - 여성영상공동체·타흐미네 밀라니 특별전
▶ 액티비즘 영화·비디오 - 그외 영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