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일어난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격사건의 범인 중 하나였던 딜런 클리볼드의 어머니 수 클리볼드가 쓴 논픽션. 아들이 세상에 존재했던 만큼의 시간이 흘러,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을까를 되뇐다. <엘리펀트>나 <케빈에 대하여>처럼 사건의 연장선에서 상상력을 발휘했던 작품들이 이미 존재하지만,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읽으면 그 작품들은 픽션이라는 이유로 즐길 수 있었던 것이구나 싶어진다. 수 클리볼드는 가해자의 어머니이자 자살자의 유가족이다. 아들의 시체를 치운 자리에 백묵으로 그린 가늘고 긴 형체를 보며 아들이구나 생각하는 대목, 방송에서 아들 사진이 나올 때 가장 못 나온 사진이라 신경이 쓰인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느껴지는 엄마로서의 마음이 있고,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의 성장과정을 되돌아보며 자신이 놓친 신호는 없었는지 복기를 거듭하는 대목에는 책임감이 있다.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부모들에게 사과하고 싶었지만 변호사의 조언으로 사과하지 못했다는 자책이며 공황발작이 일어나던 순간들에 대한 묘사….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시원함 같은 건 느낄 수 없다. 오히려 알 수 없어지고 괴로워진다. 그 괴로움을 피하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그나마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수 클리볼드가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리라.
[도서] 나는 내 아이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글
이다혜
2016-07-25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 반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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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나는 내 아이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