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으면서 알게 되는 삶의 진실 중 하나. 나라는 인간의 특징이자 개성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사실 젊음이었다. 여행에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이 그렇다. 비행기 타는 것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경유항공편 타기가 취미였다. 침대 8개 있는 도미토리 룸에서 자고, 아침엔 바나나 하나 저녁엔 기네스 파인트 한잔으로 사흘씩 돌아다녔다. 숙박비가 아까우면 도시간 이동은 심야버스나 심야기차를 이용했고,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이 나라고 생각했다. 그건 그냥 젊어서 그런 것이었다. 아침보다는 밤에 원고를 더 잘 쓴다든가, 술마시며 밤새도록 어울리길 좋아한다든가 하는 것 전부.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2>는 자동 주차 차단기에 머리를 부딪힌 뒤 곧 죽는다는 청승을 떠는 빌 브라이슨으로 시작한다. 그것도 무려 도빌에서. 도빌로 말하자면 프랑스의 바닷가 도시로, 도시의 이름을 딴 영화제가 열리며, 에릭 로메르 영화들에서 종종 등장하던 곳이다. 그리고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이 나온 지 벌써 20년이나 지났음을 알게 된다. 빌 브라이슨은, 나이를 먹으니 다치는 법도 새로 발견하게 된다며 투덜거리며 이 책을 시작한다.
아, 죄송해라. 이 책에 대해 원고지 7매 분량으로 말하기는 불가능하다. 이 책의 서문에 대해서만 써도 7매가 부족할 것이다. 미국인이었던(지금은 영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빌 브라이슨이 처음 영국에 가서 영어가 안 통하더라며 늘어놓는 단어들만 봐도 5분은 웃을 수 있다. 카키(khaki)와 자동차 열쇠(car key), 문자(letters)와 상추(lettuce), 침대(bed)와 벌거벗은(bared), 업보(karma)와 더 고요한(calmer). 하여튼 빌 브라이슨은 이 책을 쓰기 위해 영국을 가장 길게 그어 나오는 여정을 ‘빌 브라이슨 길’이라고 이름 붙인 뒤 여정을 짰다. 그래서 이 책은 1권보다 20년은 늙은 빌 브라이슨의 다소 힘에 부쳐 보이는 여행기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덜거리는 체력은 여전하다는 데서 오는 재미로 가득한 읽을거리기도 하다. 그리고 이 책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가능한 한 이전에 방문한 적이 있는 지역은 제외하기로 했다는 사실에서 온다. “길모퉁이에 서서 마지막으로 왔을 때보다 얼마나 더 나빠졌는지 투덜거리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을 말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런던은 포함했으니 전혀 모르는 곳만 나올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읽어가다 보니, 정말 20년이 흐른 것이다. 그의 두딸은 둘 다 런던에 살고 있다. 침대에 누워서 이 지칠 줄 모르는 투덜거림을 읽고 있자니 어서 휴가 계획을 짜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투덜거림조차 부럽게 들리다니. 이게 빌 브라이슨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