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 한 마리가 뽀르르 손안에 날아들었다. 살짝 입김을 불어주었는데 손 위에 똥을 찍 싸더니 그만 죽고 말았다. 좋아할 틈도, 똥을 쌌다 나무랄 틈도 없이 죽은 것이었다. 곁에 있던 여자친구가 새를 죽이면 어떡하냐며 발을 동동 구르며 나무랐다. 나는 새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다. 내가 새를 죽였다는 사실은 더욱 믿을 수 없었다. 녀석을 손에 안은 채 귀로 가져갔다. 행여 심장 소리가 들리지는 않을까. 나의 숨을 멈추고, 너의 박동을 들으려 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따뜻했다(곧 식겠지). 아직은 부드러웠다(곧 굳겠지).
내가 죽인 걸까. 단지 온기를 불어넣어주고 싶었을 뿐인데. 그 입김은 죽으라는 것도 열심히 살라는 지시나 명령도 아닌 그저 인사였을 뿐인데.
나를 원망했다. 일단 죽었으니, 내 손에서 죽었으니 나를 원망해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속으로는 새를 원망하고 있었다. 하필 내 손에 날아와 까무룩 죽어버리다니. 죽을 때가 되어서 죽은 것은 아니니, 정녕 내 입김이 너를 죽인 것이니. 대답할 리 없었고,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망연자실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빼꼼 눈을 떴다. 깜빡 한번, 다시 깜빡 한번. 까만 눈동자를 덮었던 꺼풀이 열렸다 닫혔다. 아니, 닫혔다 열렸다. 어디선가 노래가 흘러나왔다. “시작도 알 수 없고, 끝도 알 수 없네, 영원한 시간 속에 잠시 서 있을 뿐, 우리가 얻은 것은 진정 무엇이고, 우리가 잃은 것은 과연 무엇인가.” 1980년대 널리 불렸던 <그것은 인생>이라는 노래였다.
왜 울었을까. 녀석이 살아나서? 내 억울함이 풀려서? 인생이 무엇인지 상념에 젖어서? 나는 꿈에서 걸어나왔다. 그런데도 노래는 귓가에 매달린 채 며칠을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