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명성을 세계에 떨친 영화 <이티>(1982)가 20돌을 맞아 다시 극장에 걸린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일부 장면을 복원하고, 이티가 목욕하는 장면 등 5분 가량을 추가했다. 표본 채집을 위해 지구에 온 우주선에서 낙오된 어린 외계 생명체가 어느 가정집에 숨어들어 엘리엇(헨리 토머스)이라는 소년을 만난다.엘리엇은 형 마이클(로버트 맥노턴)과 여동생 거티(드류 베리모어)와 함께 이 외계인에게 ‘이티’란 이름을 붙여준다. 이티는 시들어가는 꽃을 되살리거나 자전거가 하늘을 날게 만드는 따위의 초능력을 지녔다. 아이들은 이티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산 위에 교신장치를 만들어준다. 그러나 외계인의 존재를 감지한 항공우주국은 이티를 잡아들이기 위해 포위망을 좁혀온다. 재개봉 <이티>는 우선 팬터지와 특수효과 면에서 만감이 교차하게 만든다. 오늘날의 기술수준이라면 이티를 간단히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했겠지만 그런 기술이 없던 당시 이티 안에는 키 62cm, 몸무게 20kg인 팻 빌론이란 이가 들어가 연기했다. 머리와 손 등은 12명의 조종자가 각각의 연결선을 움직여 촬영했다. 이런 ‘원시적’인 제작기술은 <이티>를 매우 ‘고전’적인 영화로 보이게 만든다. 그러나 <이티>가 낡아보이는 건 제작기술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지구상의 다른 문화권을 외계인 이상으로 낯설게 그려오던 할리우드가 갑자기 외계인과의 교감에서 감동을 받으라고 하는 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무래도 좀 억지스런 면이 없지 않다. 이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