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향 감독의 우스개 표현을 빌리자면 <집으로…>는 “컨트리 블록버스터”이다. 몇십억 제작비가 예사인 요즘 영화계에서 제작비 14억원에 촬영일 100일, 필름은 고작 10만자이고, 기성배우들이 거의 출연하지 않았으니 달리 표현한 말도 없다. 그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했던 “비전문 배우와 영화를 찍으려면 기다림을 알아야 한다”는 말을 신조처럼 가슴에 새기고 오지에서 100일을 보냈다. 그가 들려준 <집으로…> 가기까지 벌어졌던 촬영 에피소드들을 담아본다. 똥개 철이집의 `삼돌이'로 등장, 수시로 상우의 발길질에 걷어차인다. “훈련받은 똥개는 세상에 없다기에, 전국을 뒤져 똥개와 비슷하게 생긴 삽살개를 찾아냈다. 나이 10살. 사람으로 치면 거의 김을분 할머니(78)와 같은 나이기에 촬영만 하면 이내 녹초가 됐다.” 미친소 아이들에게 돌진하는 공포의 대상. 하지만 언제나 갈라진 길에선 왼쪽으로 도는 버릇이 있어 오른쪽으로만 피하면 그만이다. “집소여야 되고, 얼굴이 순해야 되고, 뿔은 위로 솟지 않아야 하고…. 이 까다로운 조건을 골라 데려왔는데 이 녀석이 카메라만 보면 무서워해서 카메라가 뒤에서 쫓아오면 자꾸 고개를 돌려댔다. 우린 `미친소' 때문에 영화를 완성 못할 판이라, 나중엔 `미친 닭'`미친 여자' 벼라별 아이디어를 다 끌어내야 했다.” 마을사람들 미친소를 만나야 육상선수 실력이 나오는 철이, 상우의 첫사랑 혜연, 초코파이 두개 달라면 “하나 더 줘야지” 말하곤 공짜로 두개를 더 주는 가게 할머니. 건전지 사러 가는 길을 묻는 상우에게 “요렇게 가서 저렇게 넘으면…”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길안내를 해주는 동네 할아버지와 가게 아줌마…. “친해지는 게 대원칙이었다. 제작진이 촬영 한두달 전부터 집들을 방문하고, 농삿일을 도와가며 친해진 덕분에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편한 연기들이 가능했다. 다음날 비 올 게 확실하면, 스텝들은 전화있는 집은 전화로, 전화가 없는 집들은 밤새 일일이 돌아다니며 촬영 연기 사실을 전해야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100일을 산 덕분에 스텝들이 안마 실력 하나는 끝내주게 좋아졌다.” 김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