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조직위원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왼쪽부터).
“영화제를 열지 않고 영화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힘주어 말했다.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완전히 보장받지 못한 상태에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준비한다는 것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지난 6월23일 목요일 오전 11시,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가 주최한 기자회견이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지난 5월24일 부산국제영화제의 첫 민간인 조직위원장으로 위촉된 김동호 위원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참석해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김동호 조직위원장은 “지난 1년8개월간 심려를 끼쳐드려 국민 여러분과 국내외 영화인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또 그동안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온 부산국제영화제에 지지를 보내주신 국내외 영화인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명예를 훼손당했거나 고초를 겪은 스폰서들, 집행위원회 자문위원들에게도 사죄 드린다”라는 말을 전했다. 더불어 강수연 위원장은 “일부에선 올해 한국영화 없이 영화제를 여는 게 아니냐고들 하는데, 부산국제영화제를 국적 없는 영화제로 만들 수 없다”며 빠른 시일 내에 영화제를 정상화하고 영화인들의 불참 선언을 철회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두 위원장의 인사말에 이어 지난 1년8개월 동안 지속된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강도 높은 질문이 쏟아졌다. 이 자리에서 오간 얘기를 일문일답으로 전한다.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이룰 수 있는 정관 개정을 이루겠다고 했다. 그게 언제쯤인가.
=김동호_영화계에서 작품을 출품하고 영화사들이 수입한 영화를 부산에 출품하려면 늦어도 7월 말, 빠르면 7월 중순까지 정관 개정을 마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 전양준 부집행위원장이 직위해제됐다. 조직위원회 역할 구성에 변화는 없나.
=강수연_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전양준 부위원장, 양헌규 사무국장과 강성호 전 사무국장이 영화제를 떠나게 된 건 가장 가슴 아픈 결정 중 하나다. 올해 영화제를 치른다는 전제 아래 내부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미 재판은 시작이 됐고,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며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선 영화제 외부의 인력을 들여와 규모를 더 키울 계획은 없고, 조직 구성에 변화가 있더라도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소화할 예정이다.
-앞으로 정관 개정을 통해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해나갈 예정인가.
=김동호_첫째로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원해주는 기관, 단체 또는 개인이 영화제 운영에 관여할 수 없도록 정관에 못을 박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작품을 선정하고 초청하는 것은 프로그래머의 고유한 권한이기 때문에 그걸 조직위원장조차도 침해할 수 없도록 고유의 권한으로 못 박아야 한다. 표현의 자유와 영화 선정의 자유. 이 두 조항을 정관 개정을 통해 규정하는 게 현실적인 방법일 거라 생각한다.
-여전히 많은 영화인들이 영화제 보이콧을 선언하고 있다.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김동호_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간부들도 여러 차례 만났고, 그분들이 동참할 수 있는 명분을 주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서병수 전 조직위원장의 사과와 영화제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정관 개정이다. 전임 조직위원장의 사과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유대인 학살에 관해 메르켈 총리가 자신이 저지른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때마다 사과를 하고 있잖나. 나도 전임 조직위원장이 했던 일 중 사과할 부분이 있다면 후임으로서 사과를 해 폭넓은 의미의 양해를 구하려 한다.
-지난 5월24일 임시총회에서 서병수 부산시장은 정관 개정이 급한 건 아니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만약 정관 개정이 7월 말까지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김동호_정관 개정이 안 될 일은 절대 없다. 지금까지는 부산 시장이 주도했지만 민간인 조직위원장에게 권한이 넘어왔으므로 정관 개정을 주도하는 주최가 나이기 때문에 안 될 일은 없을 것이다.
강수연_이번 일들을 겪으며 영화제의 모든 직원들이 결심한 건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거였다. 정관 개정은 반드시 할 것이다. 그래야만 영화제를 열 수 있기 때문에 그외의 다른 상상은 하지 않고 열심히 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