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비법을 알려주겠다는 책들은 많다. 흔하기만 한 게 아니라 뻔할 때도 많아서 관련된 신간 소식엔 크게 흥미가 없다. 하지만 저자가 유시민이라면 다르다. 그는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의 논술 특강> 등 ‘글쓰기’를 주제로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낸 바 있지만 작가 유시민의 영업비밀은 항상 구미가 당긴다. 새로 나온 책 <표현의 기술>에서 작가는 자기소개서부터 논문까지 아우르는 글쓰기 비법과 독서법은 물론 악플 대처법부터 합리적인 비판 방식까지, 글뿐만 아니라 글을 두르고 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도 소탈하게 풀어간다. 그 과정에서 유난히 다양한 직업 세계를 거쳐온 작가의 인생은 더없이 훌륭한 사례집이 된다.
구어체로 쓰여진 글을 따라 읽다보면, 최근 작가가 고정출연 중인 인기 시사예능에서의 친근하고 친절한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글이나 주요 이슈를 다룬 글의 이모저모를 따져보는 부분에선, 정통 시사 프로그램에서 이성과 합리를 무기로 날선 비판을 쏟아내던 작가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모든 비결들을 뒤로하고 작가 유시민이 가장 중요하고 유용한 ‘표현’의 기술로 꼽는 것은 ‘마음’이다. “우리는 보통 문장 쓰는 기술을 고민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마음인 경우가 많”기에 글을 쓸 때도 읽을 때도 감정을 충분히 이입하기를 권한다.
만화를 통한 표현의 달인, 정훈이의 그림은 유시민의 글과 한데 어우러져 읽는 재미를 더한다. 주제와 맞닿아 있는 만화들이 각장의 중간과 끝에 삽입돼 가독성을 더한다. 10장까지는 책의 감초 같은 역할을 했다면 마지막 11장은 ‘정훈이의 표현의 기술’을 제목으로 그의 만화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랜턴을 들고 극장 앞에서 영화 포스터를 스케치하던 초등학생 시절부터 <씨네21>에서 20년 넘게 만화를 그리고 있는 현재까지, 만화가로 살아오는 여정을 담은 유쾌하면서도 뭉클한 글과 그림이 마음을 데운다. “달콤 씁쓸한”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은 사람은 표현의 대가들이 건네는 친근하고 귀한 조언에 귀기울여보자.
나다운 글쓰기
글 쓰는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답게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면 무엇이 내 것이고 뭐가 남의 것인지 구별하지 못하고 틀에 박힌, 진부한, 상투적인 글을 쓰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늘 이렇게 생각하면서 글을 씁니다. “내 생각과 감정을 나다운 시간과 색깔로 써야 한다. 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진부하고 상투적인 생각과 표현에서 멀어져야 한다.”(42쪽)
이념은 세상을 바라보는 데 유용한 인식의 틀이지만, 사람의 생각을 속박하는 족쇄가 될 수 있습니다. 글 쓰는 사람이 미학적 열정을 자유롭게 발현하려면 어떤 도그마에도 예속되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게 믿기 때문에 저는 어떤 ‘주의’가 아니라 ‘옳은 것’과 ‘선한 것’, 그리고 ‘아름다운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직관의 힘에 의지합니다. 나쁜 감정과 고약한 충동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그래야만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와 도덕적 미학적 직관이 날개를 펼 수 있기 때문이죠.(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