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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아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다 - <우리들> 윤가은 감독
이주현 사진 백종헌 2016-06-16

-초등학교 6학년 때 단짝 친구에게 배신당한 경험이 있고, 그 경험이 영화의 바탕이 됐다고 밝혔다. 영화로까지 탄생한 걸 보면 당시의 사건이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나보다.

=물론 당시엔 큰 사건이었고 그로 인해 힘든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지나간 일이다. 친구와 관계가 뒤틀리고 난 뒤 그 원인을 알아내려고 오랜 시간 곱씹어 생각해봤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나니 ‘왜 그랬을까’를 끊임없이 생각하는 나는 그 시절의 상처받고 상처를 준 아이로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오랫동안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누군가를 오랫동안 미워하는 게 무척 힘든 일이란 걸 알았다. 진짜 중요한 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더라.

-여러 버전의 시나리오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CJ E&M의 신인감독 발굴•지원 프로젝트인) 버터플라이 프로젝트에 당선됐던 애초의 트리트먼트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다. 주제는 같았지만 미스터리 장르였고, 누나가 남동생의 죽음을 파헤치는 구조였다. 칼부림 사건도 나오고 굉장히 서늘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당시 시나리오 멘토였던 이창동 선생님(<우리들> 기획 총괄)이 ‘이야기가 가짜 같다, 진짜 이야기를 써보라’고 하시더라. 막상 찍을 때가 되니 ‘내가 이 이야기를 믿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이야기의 방향을 다시 찾았다.

-이창동 감독에게 그 말을 들은 후 스스로 찾고자 한 ‘진짜’ 이야기는 무엇이었나.

=이창동 선생님이 영혼을 막 뒤흔드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셨는데, 그때 정말 충격과 혼란으로 ‘멘붕’이었다. 뭐가 진짜라는 거지? (웃음) 결국 선생님의 얘기는 ‘네가 다루고 싶은 세계가 진짜 아이들이 겪는 진짜 감정인 것 같은데, 화려한 장치를 덧댄다고 그 진짜 감정이 표현되겠니?’였던 것 같다. 나 역시도 내가 정말 쓰고 싶은 이야기는 관계 속의 폭력을 사건 중심으로 푸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러한 감정을 겪으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런 질문까지 던져야 한다는 걸 알았다.

-오디션도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캐스팅 과정에서 중요하게 세운 원칙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보통 아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을 수 있을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 다큐멘터리가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반응을 할 수 있되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배우들이 필요했다. 나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여야 해서 1차 오디션 때는 아이와 일대일로 30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잡다한 수다를 떨었는데, 이 친구가 어떤 특성을 가졌고 내가 말할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싶었다. 그중에 기억에 남는 친구들을 다시 불러 역할놀이, 연극놀이를 했다. 상황에 얼마나 순간적으로 몰입을 하는지, 그 상황을 얼마나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지를 봤다. 긴 과정이었고, 나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아역배우들은 대사를 숙지해 연기한 게 아니라 주어진 상황 속에서 대본 없이 자유롭게 연기했다고.

=촬영 전 두세달 동안 리허설을 했다. 일종의 연극 연습이었는데, 일상적인 상황을 주고 친구들이 그 상황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봤다. 친구들의 연기를 보고 시나리오에 새로운 내용을 반영하기도 했다. 리허설 막판에는 시나리오와 가장 흡사한 상황을 줬고, 거의 모든 신을 사전에 연습한 채 촬영에 들어갔다. ‘자, 오늘 너는 색연필을 훔쳤어. 훔친 걸 친구한테 주는 거야. 그럼 너는 처음엔 싫어하다가 결국 좋아하면서 가져가.’ 이렇게 그날 찍을 상황을 설명하면 아이들이 전에 리허설한 걸 기억해내곤 연기했다.

-아이들의 세계에 계속해서 마음이 끌리는 이유는 뭔가.

=‘아이들 얘기를 할 거야’, 그런 마음은 한번도 먹은 적이 없는데 아이들에 대한 관심은 많다. 예쁘고 사랑스럽지 않나. 아이들은 앞으로 살날이 많은데 그게 가능성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아이가 주인공인 영화를 보면 그 아이가 어떤 실수를 하든, 어떤 못된 짓을 하든 그 아이를 응원하게 된다. 그런 힘을 나도 영화로 전달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어린 시절의 나는 내 마음을 충분히 이해받지 못하고 컸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도 이렇게 치열하고, 복잡하고, 깊은 고민을 하고 있어’ 그런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도.

-두 번째 영화 계획은.

=여중생 이야기로 틀을 잡아가고 있다. (<우리들>과 비교해) 애들이 좀 컸다. (웃음) 자신의 삶을 멋있게 개척해가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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