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toon 1986년,

감독 올리버 스톤

출연 찰리 신, 톰 베린저

3월10일(토) 밤 9시

“어젯밤에 <람보> 시리즈를 봤다. 미국에서 비슷한 테러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이제 난 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1980년대 미국을 휩쓸었던 신보수주의 물결을 상징한다. <람보>와 <탑건> 등 당시 제작된 할리우드 전쟁영화는 무모한 스펙터클과

남성의 육체에 대한 신화화에 골몰하는 양태를 보이곤 했다. <플래툰>은 흔히 자유주의적 반전영화로 분류되곤 한다. 영화에서 ‘적’은 더이상

파괴의 대상이나 학살자가 아니며 내부에 있는 것으로 상정된다. 마이클 치미노 감독이 <디어 헌터>에서 그랬듯 총구는 경계선 너머에 있는

상대편을 향해 있지 않고, 영화 속 ‘우리’, 다시 말해서 미국인을 겨냥하고 있다. “<플래툰>의 의미는 전쟁이 얼마나 역겹고 더럽고 수상쩍은

것인지 폭로한 데 있다”라는 어느 평자의 견해는 그런 점에서 공감할 만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영화가 역대 할리우드영화 흥행순위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카데미 감독상까지 올리버 스톤의 품에 안겨준 행운작이라는 점이다.

대학생 크리스는 막연한 생각을 품고 자원입대해 베트남전으로 향한다. 그의 소대엔 잔인하기로 악명높은 반즈 상사, 전우애를 소중히 하는 엘리어스가

사사건건 충돌하며 대립하고 있다. 마을로 정찰을 나간 반즈는 마을 주민을 학살하고 이를 지켜보던 엘리어스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그와 주먹다짐을

벌인다. 적과의 교전중 많은 희생자가 나오고 도중에 퇴각하던 반즈는 의도적으로 엘리어스를 전장에 남겨둠으로써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반즈에게

저항감을 품은 크리스는 저항하지만 반즈의 광기에 눌려 번번이 굴복하곤 한다. 크리스의 복무기간이 끝날 무렵, 작전에 투입된 그는 반즈에게

결국 총을 겨눈다. <플래툰>에서 주인공 크리스는 일종의 변형된 오이디푸스 궤적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그는 반즈와 엘리어스라는 상사를 통해

전투에 대해 배우게 되고 그들에게 정신적으로 의존한다. 점차 반즈에게는 적개심을, 그리고 엘리어스에겐 동지애를 느낀다. 영화에서 크리스가

엘리어스의 복수를 위해 반즈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은 자신의 도덕적 정당성을 확인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플래툰>의 크리스와 엘리어스에게선 전쟁영화에 곧잘 스며 있는 호모에로티시즘의 흔적이 발견된다. 첫 만남에서 상대의 총구를 입에 물고,

마약을 깊게 흡입하는 장면은 마치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구석이 있다. <플래툰>은 올리버 스톤 감독의 베트남 3부작 가운데 첫 영화다.

이후 과 <하늘과 땅>을 만든 감독은 베트남 참전 경험을 살려 영화에 현실감을 불어넣는다. <플래툰>에선 다양한 시점숏으로

정글을 누비는 베트남인들과 미군의 총격전을 포착하고 있는데 그 생생함은 당시엔 폭력성 논란이 일 정도로 사실적이었다. 아마도 이같은 점이

당시 높은 흥행을 기록하는 데 보탬이 되었을 것임엔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1991년작 이후 올리버 스톤 감독은 반항적인

목소리가 잦아들면서 기교만 살아남은 스타일리스트로 전락하는 감이 짙지만 <플래툰>은 1980년대라는 시대와, 그리고 과거에 대한 퇴행적

낭만주의와 대결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영화다.

김의찬 / 영화평론가 nuague01@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