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말로는 사나에가 중•고등학교 6년 동안 가벼운 감기에 걸리긴 했어도 한번도 학교를 쉬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조상님의 은덕과 문섬의 조개껍질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사나에는 7년 만에 고향인 바닷가 마을로 귀향했다. 사나에가 하는 거의 모든 것에 가르칠 말이 있는 어머니의 곁으로. 사나에는 캐나다 남자와 살며 아들을 낳았고, 남자와 헤어진 뒤에 아들 캐빈을 홀로 키우고 있다. 사람들이 외치듯이 말하는 바닷가 마을, 그곳 사람들은 그녀에 대해 이것저것 들어 잘도 알고 있고 아는 척을 한다. 그녀는 아들이 아프다는 밋짱 언니를 만나러 가며 밋짱 언니와 예전에 함께 몬트리올에 갔던 일을 떠올린다. 그리고 어머니에 대해 생각하고 그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다. 중편 <9년 전의 기도>는 황폐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과거와 현재를 담고 있다. 삶의 모든 순간에 신의 목소리처럼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어머니의 시선’ 아래 사는 딸이었던 여자가 어머니가 되어 떠올리는 것들은 온통 생채기뿐이다. 얼룩이 너무 심해 원래의 모습을 알 수 없어져버린 건 아닐까. <9년 전의 기도>는 연작소설집이다. 작가 오노 마사쓰구는 고통을 드러내지 않는 삶들을 소문이 많은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그려냈다.
[도서] 고통을 드러내지 않는 삶
글
이다혜
2016-06-13
<9년 전의 기도> 오노 마사쓰구 지 / 무소의뿔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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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고통을 드러내지 않는 삶 <9년 전의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