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렵지 않은 척하지는 않겠다.” “나는 여든살이 되는 것이 기대된다.”
뇌신경학자 올리버 색스가 죽기 전 2년간 쓴 에세이 네편을 묶은 <고맙습니다>에서 만날 수 있는 문장들이다. 이 문장의 울림을 설명하기 위해 올리버 색스와 네편의 에세이에 대해 조금 더 말하면 이렇다. 올리버 색스는 신경과 전문의다. 인간의 뇌와 정신활동에 대해, 여러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글을 쓰기도 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뮤지코필리아> <나는 내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깨어남>을 비롯한 많은 책을 썼고, <깨어남>은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사랑의 기적>의 원작이기도 하다(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수염난 인자한 의사가 바로 올리버 색스로, 극중 이름은 세이어 박사였다). 그는 자서전 <온 더 무브>를 마무리하던 중, 2005년에 진단받았던 희귀병 안구 흑색종이 간으로 전이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6개월쯤 남았으리라는 의사들의 말에 그는 <나의 생애>라는 글을 썼고, 몇달이라도 삶을 연장할 수 있는 치료를 위해 수술실로 들어가며 친구들에게 <나의 생애>를 <뉴욕타임스>에 보내달라고 청했다. 이튿날 그 글이 실렸는데, 읽으며 눈물을 훔친 기억이 난다. 슬퍼서였나? 모든 인간은 죽는다. 나도 죽을 것이다. 그렇게 그도 죽었다. 그렇다, 죽음에 눈물지은 것은 아니었다. 온 힘을 다해 삶을 바라본다는 일의 의미를 배워가야겠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하리라. 그의 친구들의 말을 빌리면, 수술 이후 두어달간 “색스는 글을 쓰고, 수영을 하고, 피아노를 치고, 여행을 즐겼다”. 그 시기에 쓴 또 다른 글 <나의 주기율표>는 내가 세어본 것만 열번은 읽은 에세이다. 단 한번도 주기율표를 매력적이라거나 아름답다거나 흥미롭다고 생각해본 적 없던 나는, 주기율표와 친구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배웠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무렵 여섯살 나이로 기숙학교에 보내졌을 때는 숫자가 내 친구가 되어주었다. 열살에 런던으로 돌아온 뒤에는 원소들과 주기율표가 친구였다. 살면서 스트레스를 겪는 시기에 나는 늘 물리 과학에게로 향했다. 아니, 귀향했다. 생명이 없지만 죽음도 없는 세계로.”
한 인간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렌즈처럼 세상을 투영한다. 올리버 색스라는 이름의 렌즈가 보여주는 세상의 온기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고맙습니다>를 덮으며 속삭인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