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여름이 왔다. 아직 안 왔나? 아무튼 왔다고 치자. 난 벌써 에어컨을 틀고 있다. 온도는 20도로 맞춰놨다. 여름이 오면 듣는 음악도 달라진다. 플레이리스트가 바뀐다. 요즘 가장 많이 재생하는 노래는 바로 토이의 <여름날>이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아 찾아보니 노래가 벌써 8년이나 되었다. 2008년에 난 뭐하고 있었지? 확실한 건 그때도 여자들의 엉덩이를 쳐다보고 있었을 것이다. 일단 이 노래는 노래 자체로도 훌륭하다. 흠잡을 데 없이 잘 만든 기타 팝이다. 유희열과 신재평의 조합이 기대만큼의, 아니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내가 이 노래를 듣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 노래에는 슬픈 사연이 있어… 는 아니고, 이 노래에는 모티브가 있다. 바로 만화 <H2>에 영감을 받아서 만든 노래라는 게 신의 한수인 것. <H2>는 고교야구만화를 가장한 청춘만화다. ‘여름’은 이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테마이기도 하다. <H2>를 그린 만화가 아다치 미쓰루도 이 노래를 듣는다면 반할 것이다. “내일이 오면 괜찮아지겠지 잠에서 깨면/ 잊지 말아줘 어제의 서툰 우리를/ 너의 꿈은 아직도 어른이 되는 걸까.” 알쏭달쏭하지만 알쏭달쏭하기 때문에 매혹적인 가사가 이 노래에는 가득하다. <H2>도 그랬다. 현실에서 하면 왠지 오그라들 것 같지만 그렇게 말해도 오그라들지 않는 현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명대사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청춘일 것이다. 나는 아직 늙고 병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아재’ 소리를 들어도 될 법한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 토이의 <여름날>은 나에게 ‘청춘 링거’다. 어제의 서툰 나를 잊지 않게 해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