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부부의 사건 파일이 또 한번 영화로 찾아왔다. 1970년 롱아일랜드에서 악령을 물리쳤던 워렌 부부가 이번엔 1977년 영국 엔필드에서 초자연적 현상과 마주한다. 엔필드의 호지슨 일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심령현상에 시달리고, 엄마 페기(프랜시스 오코너)와 네 남매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들은 영국판 ‘아미타빌 사건’이라 불리며 세간의 관심을 모은다. 한편 교회의 요청을 받은 워렌 부부가 호지슨 저택을 조사하기 위해 영국을 방문하지만 악령의 실체는 의심과 회의 속에 점차 멀어져간다.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로 정평이 났던 <컨저링>(2013)이 다시 돌아왔다. 일단 속편이 취하기 쉬운 더 크고 더 잔혹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규모와 자극을 늘리기보다는 드라마를 강화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느낌이다. 2시간에 달하는 상영시간을 유지하는 건 워렌 부부의 사연이나 호지슨 가족의 끈끈한 관계와 같은 다층적인 플롯의 균형감각이다. 긴장을 끝까지 유지하되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쇼크를 주는 솜씨만 봐도 제임스 완이 왜 호러의 거장으로 인정받는지 알 수 있다. 감독은 공포가 그 자체로 목표가 아니라 드라마의 효과임을 새삼 증명한다. 관객을 동참시키는 탄탄한 드라마에 호흡을 뺏는 완급 조절을 더해 무섭게 몰아붙이지 않아도 절로 서늘해지는 호러를 완성했다. 다만 가족 중심의 휴머니즘 코드가 꽤 강해 공포감을 상당히 희석시킨다는 점은 아쉽다. 악령의 비주얼이나 등장 타이밍은 여전히 좋지만 결과적으로 전편만큼 무섭진 않다. 전체적으로 전작만큼 신선하진 않아도 딱히 약점이 보이지도 않는, 기본에 충실한 호러‘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