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젊은 여성의 기묘한 관계를 현실감 있게 그려낸 니콜레테 크레비츠 감독의 <와일드>(Wild)가 최근 개봉했다. 지난 1월 말 선댄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선보이며 호응을 얻었는데, 독일 언론에서도 호평 일색이다. 독일 유력 시사 주간지 <슈피겔>은 “감독의 능숙한 연출과 절제됐지만 기지 넘치는 대사는 각 장면에 매력을 선사한다”고 했고,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우리가 독일영화라고 부르는 고만고만한 바다에서 이 영화는 높은 탑처럼 두드러진다”라고 평했다.
주인공 아냐는 중병으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할아버지 말고는 친인척이 없다. 아냐가 살고 있는 동독지역 소도시 할레 고층아파트의 황량한 풍경은 그의 무미건조한 일상과 닮아 있다. 타인과의 관계에 서툴고 내성적인 아냐는 IT 회사에 다니지만 동료와의 교류에는 무심하다. 그러던 아냐의 일상은 어느 날 우연히 집 근처 숲에서 늑대를 만나고 나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첫 대면에서 둘은 서로를 오랫동안 응시하지만, 늑대는 그냥 유유히 사라져버린다. 이후 영화는 아냐가 늑대를 포획하려고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치밀한 준비와 시도 끝에 아냐는 늑대를 포획해서 자신의 집에 들이는 데 성공한다. 이후 늑대 돌보기가 아냐 삶의 전부가 된다. 늑대가 내는 소음과 냄새로 이웃의 불평에도 아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탄탄한 스토리 속에는 늑대인간 판타지나 야성을 향한 원초적 동경이 잘 녹아 있다. 늑대와 살면서 변해가는 아냐의 모습은 섬뜩하지만 매혹적이다. 늑대와의 친화력을 보여주는 아냐 역의 배우 릴리트 슈탕겐베르크의 연기도 일품이다. 늑대와 사랑에 빠져 늑대와 같은 야성을 얻고, 생기를 얻어가는 주인공의 변화는 문명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일종의 시사점을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