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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모든 종족에 영웅이 있는 상대적인 이야기”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던컨 존스 감독 인터뷰
안현진(LA 통신원) 2016-06-09

던컨 존스 감독.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영화로 만든 이유가 무엇이었나? 연출뿐 아니라 각본도 썼다.

=아마도 장르적으로 SF였기 때문일 거다. 최근 SF 장르는 여러 하위장르를 발전시켜왔다. <블레이드 러너>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A.I.> <컨트롤러> 등 SF의 최근 발전상을 살펴보면 거대한 스펙트럼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판타지 장르를 살펴보면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 3부작을 시작으로 다양해졌다. SF와 비교하면 판타지의 스펙트럼은 훨씬 작지만 많은 영화들이 그 안을 채워왔다. 내가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을 만들며 가진 희망은 <반지의 제왕>이 했던 것과 같이 장르의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목소리를 더할 수 있을 거란 기대였다.

-시각효과와 컴퓨터그래픽에서의 성취는 더이상 새롭지 않다. 늘 더 나은 기술이 나오기 때문이다. 영화도 그렇지만 게임산업에서도 이 분야의 기술은 매일 발전한다. 얼마 전에 <정글북>을 보았는데 깜짝 놀랐고,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을 보면서 또 놀랐다.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을 만들 때 그런 점이 부담이 되진 않았나.

=우선 고맙다. 나도 <정글북>을 보았는데, 시각효과에서 정말 훌륭했다. 그런 영화와 비교해주다니 영광이다. 그리고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도… 우리는 그만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좌중 웃음) 우선 이 영화는 내가 이전에 했던 영화들과 스케일부터가 달랐다. <>의 경우 각본을 쓰고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1년이 걸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3년 반이 걸렸다. 내 인생에서 상당한 시간이다. 모든 과정이 일정한 수준 이상을 만들어내야 했다. 마라톤을 뛰는 것 같았다.

-여성 관객이 오크 듀로탄에 푹 빠질 것 같다. 로맨틱하고 멋진, 가족적인 남성 캐릭터다.

=판타지 장르에서 괴물은 나쁜 쪽이고 인간이 좋은 쪽인 것이 보통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오크의 가족생활을 영화로 보여줄 수 있어서 나 역시 재미있었다. 오크들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아이를 가진다는 것, 그렇기에 사랑하는 존재를 지키고 싶어 한다는 것을 영화로 표현했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데는 토비 케벨과 애나 갤빈의 역할이 컸다. 어떤 관객은 영화 속 오크족의 관계를 선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게임으로부터 가져온 정해진 캐릭터나 스토리가 없었던 건가. 만약 그랬다면 그것이 창작이나 연출에 있어서 더 많은 자유를 허락했는지 궁금하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게임이 시작된 뒤부터 지난 20년 동안 스토리텔링을 해왔다. 그래서 우리는 게임의 스토리텔링이 시작된 지점으로 돌아가 인간과 오크의 전혀 다른 두 문화가 처음으로 충돌하는 순간을 이야기로 만들었다. 질문으로 돌아가 답을 하면 영화에도 게임에서 가져온 캐릭터가 있다. 그대로 가져왔다기보다는 느슨하게 그려졌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나의 역할은, 그리고 배우들의 역할은 그 느슨한 캐릭터에 디테일과 휴머니티를, 그리고 깊이을 더하는 것이었다. 게임 속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느껴진다면 나와 함께 일한 출연진이 그만큼 훌륭했다는 증명일 거다.

-캐릭터는 물론이고 이야기가 상당히 복잡하다. 그저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니다.

=캐릭터들이 서로 주고받는 영향에 의해서 구조를 만들었는데, 그런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해 상당히 고심했다. 그런데 그런 도전을 좋아한다. <반지의 제왕>이, 그리고 톨킨이, 영화와 책을 통해서 아주 잘해낸 일에 대한 도전 말이다. 잘생긴 쪽이 선이고, 괴물은 악이라는 설정은 일종의 공식처럼 정립된 나머지 지금 보기에 조금은 낡은 방식 같았다. 그래서 다른 걸 해보고 싶었다. 모든 종족에 영웅이 있고, 각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행동이 모두 타당하게 보이는 상대적인 이야기 말이다.

-이 영화를, 게임을 즐기는 팬들과 그렇지 않은 일반 관객 모두 만족하도록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나는 픽사의 굉장한 팬이다. 픽사에서 만드는 애니메이션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데, 그 재미가 완전히 다른 두 연령층에 각기 다르게 작용한다. 이 영화는 팬들이 잘 아는 이야기임에도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들려고 했다. 그리고 게임을 전혀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판타지를 소개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게임 팬들이 게임을 모르는 사람과 영화를 함께 본 뒤에 “내가 며칠을 밤새워 게임하는 이유가 바로 영화 속 그 세계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마도 이상적인 결과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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