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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시시콜콜함에 대한 공감
이다혜 2016-06-06

<달걀프라이의 노른자 언제 깨?1, 2> 오히나타 고 지음 / 소미미디어 펴냄

일본인 구미코씨가 선물에 답례를 하겠다며 돈가스를 해준 적이 있다. 일본의 가정식 돈가스! 보통 때 같으면 주방에 서는 아다치씨까지 셋이 돈가스를 먹는데, 이럴 수가. 아다치씨가 돈가스 소스를 양배추에 뿌려서 그걸 돈가스에 얹어 같이 먹는 것이다. 저것이야말로 본토의 돈가스 먹는 법인가 생각이 들어 긴장한 기억이 난다. 이런 얘기라면 밤을 샐 수도 있다. 같이 먹자고 시킨 밥요리에 달걀프라이가 나오면? 노른자를 일단 터트려야 하나? 사람 수에 맞게 노른자를 갈라서 먹어야 하나? 먹는 법이라는 게 별거 아닌 듯해도 얼마나 신경을 긁나 말이다. 한양문고에 놀러갔다 <달걀프라이의 노른자 언제 깨?>를 보고 바로 사버린 건, 그 시시콜콜함에 대한 공감이었다.

표지는 따뜻한 공감의 먹방만화같이 생겼는데, 내용은 좀 다른 전개다. 남자주인공이 여자친구 미후유와 처음 맞이하는 아침, 미후유가 준비한 밥을 먹는다. 노른자 반숙 달걀프라이를 보며 남자는 대만족. 그런데 여자친구가 장이며 소스를 한쟁반 가져온다. 달걀에 간장을 뿌릴지 소금을 뿌릴지 모르니까 이것저것 가져왔다며. 남자는 생각한다. ‘이게 설마 미후유의 남성 편력을 말해주고 있는 건 아니겠지….’ 배려를 옹졸함으로 갚는 이 남자를 더 괴롭힌 건, 그녀가 흰자 먼저 먹고 노른자를 마지막에 먹는다는 사실이다. 미후유의 설명은 이렇다. “노른자를 깨버리면 접시가 더러워지잖아? 그게 싫어.” 손 하나 까딱 않고 미후유가 차려준 밥을 먹던 그는 “접시가? 그딴 이유로? 너… 바보냐?”라고 말해버린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혼자 밥상에 남은 그가 생각하는 장면이 나온다. ‘정신을 차렸을 때에 미후유는 없었다.’

그 이후로 그는 자신의 ‘먹는 법’에 의문을 갖게 된다. 두 번째 시험에 든 메뉴는 돈가스. 양배추는 언제 먹는가? (1) 돈가스를 씹으며 양배추를 넣어 함께 씹다가 밥을 떠먹어 함께 씹는다. (2) 돈가스만으로 밥을 먹고 양배추를 따로 먹는다. 그는 겨우 화해한 미후유에게 어떻게 먹냐고 묻는데, “돈가스를 먹고 삼킨 다음에 양배추를 입에 넣어.” 그녀의 설명인즉슨, 양배추로 입안 기름기를 중화시킨다고. 그는 또 버럭 화를 낸다. “뭐라고? 중화? 중화시킬 정도라면 애초에 먹지 마!” 이다음 장면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역시 미후유는 없었다.’ 여자친구한테 밥먹는 방식 가지고 버럭거리는 남자주인공이 성에 차지는 않지만 2권까지 가면 혼자 누워서 잠을 청하며 ‘난… 어째서 이렇게 경박할까? 용케도 지금까지 아무런 의문도 갖지 않고 살아왔군’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밥상머리에만 같이 앉아봐도 꽤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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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함에 대한 공감 <달걀프라이의 노른자 언제 깨?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