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은 1049호부터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요구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지지 캠페인을 매주 게재하고 있습니다. 이주의 지지자는 명필름 심재명 대표입니다. <다이빙벨>이 상영됐던 2014년에 임권택 감독의 <화장> 제작자로 부산을 찾았던 그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가 주최한 ‘부산국제영화제 미래비전과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 참여하여 “부산국제영화제도 명필름도 20주년이다. 영화제가 공들여 쌓아올린 20년의 역사를 잊지 않길 바란다”는 얘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9회까지 진행된 본 캠페인은 부산국제영화제와의 논의하에 심재명 대표의 글을 끝으로 마무리합니다.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이 총회를 통해 초대 민간인 조직위원장 자리에 내정됐지만 여전히 ‘영화인 보이콧’ 등 여러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심재명 대표의 말처럼, 정관 개정과 표현의 자유 보장 등 앞으로의 상황을 더 면밀히 주시하려 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명필름 대표 이은, 심재명(왼쪽부터).
<다이빙벨>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된 적이 언제였나? 순간, 기억이 가물가물해졌다. 2014년 일이니 20개월이 지났다. 부산시는 영화제 예산 삭감, 감사원 특별감사,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고발과 기소 등 상영하지 말라는 영화를 상영한 죄를 묻는 듯 일련의 행위를 줄기차게 이어왔다. 영화인들의 눈으로 보기에 명백한 ‘보복’이자 ‘탄압’이었다. 그리고 한국영화계는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영화인 비대위)를 꾸려 공청회와 간담회를 열어가며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영화인 비대위가 꾸려진 지도 1년이 훌쩍 지났다. 질기고도 길다.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 그리고 한국영화계의 갈등과 싸움의 시간이. 아니 싸움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영화계와 영화인들은 이 이례적인 사태를 바라보며 부산국제영화제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추락이 명백히 보이는 기미를 감지하며 절망하고 분노했을 뿐이니 싸웠다기보다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내 기억으로 영화계가 이토록 뜻을 모아 함께 행동한 것은 ‘스크린쿼터 사수 운동’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그만큼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과 존재가 중요하고 소중했음이다.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켜내는 것은 더 나아가 곧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권리와 닿아 있는 셈이다.
우리 모두 다 아는 사실이지만, 부산국제영화제의 20년은 한국 영화산업의 비약적 변화와 발전의 시간이었던 지난 20년과 명백히 발걸음을 같이했다. 한국영화의 질적 성장과 양적 팽창에 부산국제영화제는 자극과 긴장, 격려와 응원의 장이 되었다. 한국영화가 세계에 알려지는 교두보 역할이 되기도 했고 창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부산에서 만난 수많은 해외영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좋은 영화의 발견과 발굴의 순간의 기쁨이 그 20년 속에 있었다. 그 시간이 영화계가 절실하게 영화제를 지키고 싶은 마음을 모으게 만든 것이다.
최근 영화인 비대위는 영화계 전체에 의견을 물어 영화인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2016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부산시는 조직위원장 자리를 민간에 이양하겠다고 밝힌 후, 지난 5월24일 임시 총회를 열어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을 새 조직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해지는 파행을 막겠다는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간의 전략과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화인들이 요구하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정치적 보복과 탄압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정관 개정”에 대한 답은 아직, 정확하게 듣지 못했다. 일각에선 영화제 개최 불투명의 파행을 앞둔 시점에서 부산시의 전략 앞에 영화제와 영화인들간의 이견 및 대립을 우려하며 ‘사분오열’을 얘기하기에 이르렀다. 부디 섣부른 기우이기를 바란다.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켜내자며 마음을 모은 우리가 서로를 반목하고 애초의 목표를 잃어버리는 것만큼 참담한 일이 또 있을까. 영화제의 산파 역할을 했고 20년 역사의 증인 같은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선임된 것을 두고 대부분의 언론은 ‘화해’,‘화합’, ‘성장통’이라고 왜곡 표현했다. 김 위원장이 그 자리에서도 말한 것처럼 우리 영화인들은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는 것, 나아가 우리 모두의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누구도 해칠 수 없음을 무엇보다 먼저 확인받는 일이다. 제대로 된 정관 개정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