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걸작의 운명을 타고난 앨범들이 있다. 이를테면 라디오헤드의 신보가 그렇지 않을까. “라디오헤드의 새 음반은 마스터피스(아직 안 들어봤음)”라는 어떤 사람의 장난기 섞인 트윗은 그에 대한 방증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마스터피스라는 결과물이 과연 8살짜리 아이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여기에 의문을 지닌 베스 고든이라는 일반인이 자신의 아이에게 라디오헤드의 신보 《A Moon Shaped Pool》을 들려주고 감상을 적어보라고 했다. 8살짜리인 이 아이에 따르면 라디오헤드의 새 앨범은 ‘괜찮은’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10점 만점에 7점을 줬으니까 말이다. 또한 최고의 트랙으로는 <Desert Island Disk>를 꼽았는데, 10번째에 위치한 <Tinker Tailor Soldier Rich Man>에 가서는 “이게 베스트”라며 의견을 바꾸는 유연함도 드러냈다. 그러나 라디오헤드라도 이 영악한 비평가의 칼날을 벗어날 순 없었다. 두 번째 싱글이자 저 유명한 폴 토머스 앤더슨이 뮤직비디오를 감독한 <Daydreaming>과 내가 신보에서 최고로 꼽는(ㅜ.ㅜ) <Ful Stop>을 향해서는 “지루하다”는 의견을, <Identikit>을 듣고서는 “보컬의 발음을 알아듣기 어렵다”라고 혹독한 평가서를 썼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정작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의견은? 나는 라디오헤드의 기존 음반 중 세장의 걸작이 있다고 생각한다. 높이 평가하는 순서대로 《OK Computer》(1997), 《Kid A》(2000), 그리고 《In Rainbows》(2007)다. 그들의 새 앨범 《A Moon Shaped Pool》은 앞으로 《In Rainbows》의 바로 뒷자리에 위치할 것이다. 진짜 눈치 안 보고 8살 아이의 마음으로 하는 얘기니 믿어주기를 바란다. 10점 만점에 8.5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