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난곡동의 주사랑공동체교회. 그곳에는 버려진 아이를 따뜻하게 보호할 수 있는 작은 공간, 베이비박스가 마련돼 있다. 베이비박스는 2009년 설치된 이후 현재까지 800명이 넘는 아이들의 목숨을 구했다. 새로운 아이가 막 베이비박스에 도착하는 순간과 베이비박스와 관련한 언론의 보도를 들려주며 시작하는 다큐멘터리 <드롭박스>는 주사랑공동체교회를 이끄는 이종락 목사를 따라간다. 시골 마을에서 기타와 노래로 인기를 끌었던 시절, 아내를 만나게 된 사연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그의 삶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드롭박스>는 흔히 떠올리는 목사로서의 일상에는 별 관심이 없다. 대신 그 안을 교회에서 함께 지냈던 아이들과의 일화로 채운다. 약물 복용을 한 중학생 엄마에게서 태어난 한나,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지만 ‘은혜로운’ 밝음을 안겨주는 은혜, 척추측만증을 딛고 건강하게 자라 여러 꿈을 키워가는 사랑이 등 아이들의 모습을 비추고, 그들과의 추억을 이종락 목사가 직접 소개한다. 마찬가지로 장애를 겪고 있는 목사의 두 아들에 초점을 맞춘 시퀀스가 특히 좋다.
사실 작품 자체의 만듦새는 아쉽다. 저마다 사연을 품고 있는 아이들에게 꾸준히 시선을 돌리면서도 베이비박스를 둘러싼 세간의 반응, 영아 유기 문제에 대한 현실 등 담고 싶은 이야기들이 다소 산만하게 전달된다. 더 불편한 건 이종락 목사의 일상을 공들여 찍은 인서트들이 오히려 작위적인 인상을 더하고, 러닝타임 내내 그칠 줄 모르고 전면에 흐르는 음악이 인물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가로막고 감동을 강요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