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소셜 브레인>이 출간된 이래 꾸준히 한국에 소개되고 있는 작가 오카다 다카시. 그는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하다 그만두고 의대에 들어가 정신과 의사가 됐다. 독특한 이력의 영향은 그의 저서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오카다 다카시의 책은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는 마음의 부침을 듣기 좋은 말로 어루만지는 방향으로 향하지 않고 특정한 징후를 파고들어 이를 의학 이론을 토대 삼아 설명하는 길을 택해왔다. 전문적인 용어가 간간이 등장하지만 글은 술술 읽힌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서로를 미워한다.” 오카다 다카시의 근작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는 책을 열며 순자의 말을 인용한다. 사람이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선천적이라는 선언으로 시작하는 셈. 그는 “인간이 인간을 과도한 이물질로 인식하고 심리적으로 거부반응을 보이는 증상”이라는 뜻의 조어 ‘인간 알레르기’를 제시하며, 의학적인 접근으로 미움을 탐구한다. 인간 알레르기의 개념으로부터 발을 뗀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는, 이것이 무엇으로부터 비롯돼 몸을 불리며 개인에게, 더 나아가 사회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두루 살핀다. 현상만 규명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책이 유독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문제점을 집어내는 해박한 지식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제대로 된 대안까지 함께 일러주기 때문이다.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의 후기에는 특히 속 시원하다는 감상이 많다.
혹자는 자신의 감정을 질병이라고 단정하는 진단에 고개를 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카다 다카시는 비판하지 않는다. 그의 어조는 내내 상냥하다.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니체, 생텍쥐페리, 쇼펜하우어, 나쓰메 소세키 등 동서고금 현인의 사연을 소개하며 인간 알레르기의 보편성을 강조한다. 많은 예를 통해 편한 독서의 길로 인도하는 한편, 저마다 품고 있는 고민을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따뜻한 조언이 독자에게 닿는 사려 깊은 방식이다.
트라우마가 생긴 사람은 과각성이나 플래시백으로 고생할 뿐만 아니라 그 체험과 관련된 상황을 회피하게 된다. 어떤 인물한테 불쾌감을 느끼면 그 인물을 보는 것만으로 몸이 경직되고, 얼굴이 일그러지며, 가슴이 뛰거나 숨쉬기 힘든 자율신경 반응을 일으킨다. (…) 인간은 극도로 안전을 위협받으면 세상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기 쉽다. 그때까지 마음을 허락했던 가족이나 친구조차도 낯선 존재로 느끼고 거부하게 된다. 트라우마는 트라우마와 직접 관계가 없는 사람과의 관계까지 파괴하고 마는 것이다.(58쪽)
꽃가루 알레르기에 걸리고 나서도 꽃가루와 계속 접촉하면 증상이 심각해져서 일상생활마저 곤란해지고 만다. 꽃가루 알레르기에 걸렸을 경우 꽃가루와 접촉하지 않는 게 가장 빠른 처방이듯 인간 알레르기가 생긴 경우에도 알레르겐인 사람과의 접촉을 줄이는 게 첫 번째 방법이다.(215쪽)